중대재해처벌법 4년, 솜방망이 처벌은 이제 끝…양형기준 신설이 예고하는 변화는?

중대재해처벌법 4년, 솜방망이 처벌은 이제 끝…양형기준 신설이 예고하는 변화는?

이동오 기자
2026.07.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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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4년차를 맞았지만, 산업 현장의 사망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에 따른 사망자는 2022년 623명, 2023년 597명, 2024년 589명으로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지만, 그 폭은 미미하다. 이러한 정체를 겨냥해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움직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별도 양형기준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법관이 선고 시 실질적으로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이다. 그동안 이 기준이 없어 법관마다 형량 편차가 컸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2024년 말까지 확정 선고된 31건 중 실형은 4건에 그쳤다.

정상혁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 대륜
정상혁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 대륜

신설되는 양형기준의 골자는 두 가지다. 하나는 범죄군 재편이다. 기존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별도 대유형으로 추가되고, 하위 유형은 중대산업재해치상(부상)과 중대산업재해치사(사망)로 나뉜다. 다른 하나는 재범 가중 규정이다. 중대산업재해 범죄로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동일 범죄가 재발하면, 형량의 상·하한이 모두 1.5배 가중된다. 처벌 전력이 있는 경영책임자에게는 다음 사고가 곧 실형을 의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이번 양형기준은 징역형에만 적용된다. 법인 벌금이 그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온 반면, 경영책임자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는 형사책임은 앞으로 더 실질적으로 부과될 전망이다.

양형기준이 신설되면 '가벼운 처벌'을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기업은 지금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첫째,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다. 중대재해법 제4조는 경영책임자에게 인력·예산·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부과한다. 그간의 무죄 판결을 관통하는 논리는 하나였다. 단순히 서류가 존재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서류대로 실제 이행됐음을 법원이 인정했기 때문에 무죄가 가능했다. 관건은 매뉴얼의 존재가 아니라 이행을 뒷받침할 증거다.

둘째, 위험성평가 실시와 그 기록 관리다. 법원은 사고의 예견 가능성을 판단할 때 위험성평가 기록을 핵심 증거로 살핀다. 위험 요인을 사전에 알고도 방치했는지, 이상 징후가 감지됐을 때 적절한 대응 절차가 있었는지가 다투어질 경우, 이 기록의 유무가 판단을 가르는 경우가 많다.

셋째, 사고 발생 직후 곧바로 가동할 초기 대응 체계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경주 아연공장 질식사고를 계기로, 대형사고가 아니더라도 기초 안전수칙 미준수나 동일 유형 사고 반복 시 압수수색과 구속 등 강제수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노동부·검찰·경찰 간 핫라인과 전담수사체계도 이미 가동 중이어서, 사고가 나면 곧바로 형사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 이후에야 대응을 고민해서는 늦다. 초동 조사 단계에서 어떤 자료를 어떻게 제출할지, 법률 자문을 언제 투입할지는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

넷째, 원청과 하청 사이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법원은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도급 계약서에 안전 책임을 하청에 넘기는 조항을 넣어뒀다고 해서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다. 수급인을 폭넓게 활용하는 사업장이라면, 계약서상 문구보다 실제로 누가 현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는지를 기준으로 도급인의 안전보건 의무 이행 여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신설 착수는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니다. '처벌받더라도 실형은 피할 수 있다'는 사업주의 계산을 무너뜨릴 수 있는 변곡점이다. 안전관리는 이제 비용이 아니라, 경영책임자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점검과 법률 자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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