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테슬라 돌풍의 명암③

국내에서 파는 테슬라 모델Y와 모델3는 완전자율주행(FSD)을 쓸 수 없다. 중국산이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례를 적용받지 못해서다. 그런데도 지난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현대차(415,000원 ▼2,500 -0.6%) 그랜저를 누르고 모델Y가 차지했다. 가격 프로모션이 영향을 미쳤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FSD가 열린 차는 미국 안전기준을 통과해 별도 인증 없이 들여온 미국산 모델S·모델X뿐이다. 가격 프로모션이 영향을 미쳤지만, 언젠가 기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구매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FSD를 무단으로 활성화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지난 4월 말까지 85건에 이를 만큼 관심도 높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FSD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미국에서 생산된 일부 고가 차량에 한정돼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올해 들어 모델3·모델Y 등 대중적인 차종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자율주행을 가까운 시점에 쓸 수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5~6년 전 소비자들이 애플 아이폰을 사던 행태와 지금 테슬라를 사는 모습이 비슷하다"며 "아이오닉5와 테슬라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테슬라를 고르게 만드는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만든 흐름은 곧 수입차 전반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유럽 인증체계인 운전자제어보조장치(DCAS)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UN R171을 국내 기준에 반영하는 작업으로, 완료되면 그동안 막혀 있던 자동 차로 변경 등이 허용된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늦어도 3년 안에 끝낼 계획이다.
빗장이 풀리면 대기 중인 브랜드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벤츠는 엔비디아 자율주행 플랫폼을 얹은 레벨2++ 'MB.드라이브 어시스트 프로'를 내년 유럽에 내놓는다. 도심에서도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수준으로 국내 기준만 마련되면 한국 도입도 가능해진다. BMW도 지난해 말 유럽에서 상용화한 고속도로 핸즈프리 기술 '모터웨이 어시스턴트'를 국내 규정이 없어 들여오지 못했다. 법적 근거만 생기면 빠르게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율주행을 전면에 내세운 중국 브랜드들도 줄을 서 있다.
현대차(415,000원 ▼2,500 -0.6%)그룹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올해 제네시스 G90 부분변경에 고속도로 핸즈오프가 가능한 레벨2+를 넣고, 내년 말 차세대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차종으로 고속도로 자율주행(NOA)을 확대한다. 도심까지 지원하는 레벨2++는 2028년 제네시스 GV90부터다. 기아는 2029년 '풀스택 SDV'에 도심 레벨2++를 적용한다. 엔비디아 등과 센서를 표준화해 양산차를 빠르게 내놓고 거기서 쌓인 실주행 데이터로 자체 엔드투엔드(E2E)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이터 선순환 체계'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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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상용화 시차가 길어질수록 다른 완성차업체에 점유율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V90, 벤츠는 고급 라인업에 레벨2++를 먼저 넣는다. 그룹 수익성이 가장 높은 고급차 시장에서 정면으로 경쟁한다는 뜻이다. 법제화가 예고대로 내년에 마무리되면 제네시스가 도심 자율주행을 얹기까지 남은 1~2년이 수입차에는 공백기가 된다.
이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기존 수입차 업체에 테슬라라는 경쟁자가 추가된 것이고 이미 FSD가 상용화된 미국이나 각국의 견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유럽에서는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출시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응책이지만 일정을 당기고 싶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고, 아직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영역인 만큼 오히려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개발 속도만으로 메우기 어려운 간극인 만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나 중국 업체의 자율주행차가 들어오는 것 자체를 정부가 막기는 어려운 만큼, 국산 자율주행차 구매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실증특례로 개발을 지원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기차 세액공제 같은 구조적 현안이 겹치면서 그룹 안에서 자율주행 정책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투자와 사업 관점에서는 자율주행 경쟁력 확보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