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관훈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가게를 운영하던 중 바로 옆이나 같은 층에 동일한 업종의 상가가 새로 들어선다면 기존 상인은 큰 당혹감과 함께 영업 손실에 직면하게 된다. 상가 내 중복 업종 입점을 막기 위해 항의하지만 새로 들어온 점주는 '해당 상가 규칙을 만들 때 있지 않았다'라거나 '임대차 계약서에 업종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는 이유로 맞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기존 상인은 구체적인 합의나 계약이 없었다는 이유로 상권 침해를 감수해야만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존 입점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명확한 기준을 두고 있다.

상가 분양 과정에서 설정된 업종제한 약정은 상인들 간의 사적 약속을 넘어 해당 점포에 부여된 일종의 독점적 운영권이라는 재산적 가치를 지닌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호 간에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고 준수하기로 묵시적 동의를 한 것으로 본다. 특히 이는 점포의 권리와 일체화돼 승계되므로 점포를 새로 사들인 양수인이나 세를 얻어 들어온 신규 임차인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따라서 신규 임대차 계약서에 업종 제한 문구가 빠져 있었더라도 신규 입점자가 동종 영업을 강행한다면 기존 상인은 법원을 통해 영업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또한 최초 분양 당시 건축주가 개별 점포의 업종을 명시적으로 지정해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존 상인의 권리를 보호받을 길은 열려 있다. 입주 후 상가 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관리단이 집합건물법이 정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해 업종제한 관리규약을 제정했다면 이 또한 법적으로 충분한 구속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약은 소유자의 핵심적인 재산권과 연결되므로 사후에 제한을 풀거나 변경하기 위해서는 각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진짜 주인, 즉 개별 점포 소유주들의 엄격한 합의가 필수적이다. 신규 세입자가 임의로 무시하거나 세입자들끼리 서로 묵인한다고 해서 상가 규약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필자가 수행했던 사건 중 오랫동안 점포를 운영해온 상인이 뒤늦게 들어와 동종 업종의 영업을 시작한 신규 입점자를 상대로 영업금지를 청구해 권리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당시 신규 입점자는 상가의 자치 규약이 만들어질 당시 자신은 상가에 입점조차 하지 않았고 해당 규약에 서명 동의한 적도 없으므로 효력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기존 상인의 손을 들어줬다. 비록 건축주의 초기 지정이 없었더라도 적법한 절차와 정족수를 거쳐 제정된 관리규약은 상가 전체에 대항력을 가진다고 본 것이다. 또 규약 제정에 참여하지 않은 신규 입점자라 하더라도 상가에 진입한 이상 기존 규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며 기존 상인의 권리를 인정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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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한 상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신규 점주와 감정적으로 실랑이를 벌이기보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법률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가장 먼저 상가 관리단 규약이나 최초 분양계약서 등을 확보하여 우리 상가에 업종제한 약정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구체적인 보호 범위를 입증할 서류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 신규 점포의 취급 품목과 영업 방식이 자신의 업종과 실질적으로 겹친다는 객관적 자료(현장 사진, 영수증, 판매 물품 내역 등)를 수집해 법원에 영업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나아가 불법적인 상권 침해로 인해 이미 발생한 매출 감소 등의 피해가 있다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할 수 있다. 상권 침해는 곧바로 영업 손실로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사안의 초기부터 관련 법리에 밝은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여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