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재난관리사는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취득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 국가전문자격이다. 한국기업재난관리사회(KEDMA) 제5대 회장에 연임한 양준 회장(한국연속성연구원 대표·행정안전부 기업재해경감위원회 인증 심의위원)은 무자격 대행과 저가 수주가 부실한 재해경감활동계획(BCP)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업재난관리사의 배타적 대행 권한과 적정 대가 기준(표준품셈)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양 회장과의 일문일답.
-제5대 회장에 연임했다. 지난 임기의 성과와 이번 임기의 최우선 과제는.
▶ 지난 임기에는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교육과정을 현장 실무 중심으로 개편하고 자격제도 신뢰도를 높였다. 이번 임기 과제는 기업재난관리사의 배타적 대행 권한 및 적정 대가 기준 법제화와 기업재해경감 제도의 실효성 있는 구조 개선이다. 국가전문자격에 합당한 배타적 권한을 지정해 무자격 기관의 시장 교란을 차단하고, 노무사·건축사·엔지니어링 산업처럼 법적 표준품셈을 제정·고시해야 한다.
-기업재난관리사는 산업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 산업안전이 근로자의 인명 안전에 집중한다면 기업재난관리사가 수립하는 BCP는 조직의 생존을 다룬다. 인명 사고가 없어도 대형 화재나 IT·통신 마비, 공급망 단절로 핵심 업무가 멈추면 기업은 도산한다. 기업재난관리사는 위기 진단부터 위험평가(RA), 비즈니스영향분석(BIA), 회복탄력성 전략 수립까지 주도한다. 무너진 설비를 고치는 사후 수습이 아니라 사전에 정의해 둔 핵심 업무와 핵심 자원을 즉시 대체 가동해 복구목표시간(RTO) 안에 사업 기능부터 재개시키는 것이 BCP의 복구 개념이다.
-기업 재해경감활동 제도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은.
▶ 무자격 대행 근절과 2026년 개정된 기업재난관리표준에 대한 각 주체의 이해 정립이다. 개정 표준은 RTO·복구목표시점(RPO) 기반의 정량적 회복력 관리를 목표로 한다. 행정안전부는 산업안전과 BCP가 상호 보완하고 협력하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무자격 대행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재해경감위원회는 일상적 '산업안전'과 전사적 '재난관리' 간의 차별점과 협력 포인트를 정확히 인식하고 심의 결과에 책임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인증대행기관은 현장 작동성을 평가해야 한다.
-적정 대가 기준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현재 어떤 문제가 있나.
▶ 컨설팅 대가가 단순 인증평가 비용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전문 인력을 투입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단가가 무너지면 투입 공수가 줄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부실 산출물로 이어진다. 정부가 수행 기준과 기업 규모, 위험 난이도에 따른 표준 노임단가와 대가 산정 기준을 고시해야 한다. 인증 심의 때 대행 계약서를 검토해 덤핑 수주를 걸러내는 장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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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산업안전이나 중대재해 예방과는 무엇이 다른가.
▶ 산업안전 위험성평가는 작업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상적 위험을 대상으로 사고 예방에 중점을 둔다. 재난관리 위험평가는 풍수해나 대형 화재, IT·통신 마비, 공급망 단절처럼 빈도는 낮지만 치명적인 위험을 다루며, 예방을 넘어 업무 중단을 줄이고 빠르게 복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두 영역은 현장 위험요인 데이터베이스(DB)와 BCP 재난 유형을 1대 1로 연결하고 대응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식으로 연계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비즈니스 연속성 준비 수준은.
▶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준비 수준은 미흡하다. 재해경감 우수기업 인증제도는 제출 서류와 평가 항목이 복잡한 반면 금융·세제·입찰 가점 등 혜택은 적다. 절차가 간소하고 비용이 낮은 민간 국제표준 인증(ISO 22301)으로 옮겨가는 기업이 느는 이유다. 규모별 맞춤형 평가 체계를 도입해 중복 부담을 줄여야 한다.
-재해경감 우수기업 인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 어떤 인증도 산업재해 미발생이나 재난 후 핵심 업무의 100% 복구를 장담할 수 없다.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나면 인증 기관과 심의위원의 책임 문제가 남는다. 인증은 완벽성을 따지기보다 지속적인 재해경감활동 수행 여부와 향후 운영 준비 상태를 평가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참작 요인 반영이나 보험료 할인 등 실질적 인센티브도 확대돼야 한다.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재난·위기 요인은.
▶ 랜섬웨어 공격과 클라우드 서버·전산망 중단은 공장 가동 중단 이상의 타격을 준다. 전산 마비 때 수기로 핵심 업무를 잇는 'IT 대체 BCP'가 필요하다. 국지성 호우와 해외 원자재 공급망 마비에 대비한 듀얼 소싱과 대체 생산 시나리오도 담아야 한다. 규모별 차등 적용도 과제다. 대·중견기업은 전사적 BCP와 주기적 모의훈련, 중기업은 핵심 업무 2~3개 중심의 경량화 BCP, 소기업은 비상 연락망과 핵심 자원 대체 중심의 체크리스트형 표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번 임기에 반드시 바꾸고 싶은 한 가지는.
▶ 재난관리가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라는 인식을 뿌리내리고 싶다. 안전과 BCP에 투자한 기업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전문가가 정당한 대가를 받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