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경매에서 공장이나 상가 부동산을 낙찰받아 매각대금을 완납하면 매수인은 법률상 소유권을 취득한다. 등기까지 마쳤다면 적어도 서류상 소유권 관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보면 제3자가 자신이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 있다며 목적물을 점유한 채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유치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낙찰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소유권을 취득하고도 실제로는 그 부동산을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유치권이라는 권리의 특성 때문이다. 민법 제320조는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을 유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저당권이나 전세권과 달리 유치권은 등기부에 공시되지 않고, 점유라는 사실적 상태를 토대로 성립한다. 따라서 매각물건명세서나 현황조사서 등을 확인하더라도 실제 현장의 점유관계와 피담보채권의 실체까지 서류만으로 완전히 걸러내기는 어렵다.
매수인이 부동산인도명령을 받아 강제집행에 나서더라도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제3자가 강제집행 목적물의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 민사집행법 제48조에 따른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해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할 수 있다. 다만 제3자이의의 소가 제기됐다는 사정만으로 집행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민사집행법 제48조 제3항은 집행정지에 관해 제46조·제47조를 준용하고 있어 별도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필요하다. 법원이 집행정지를 명하면 본안 판단이 이루어지는 동안 실제 인도가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 이때 유치권을 주장하는 원고가 그 성립 사실을 주장·입증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유치권을 주장한다'는 것과 '유치권이 실제로 성립하고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유치권이 인정되려면 일반적으로 목적물에 관해 생긴 채권이 존재하고 그 채권이 변제기에 있으며, 유치권자가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어야 하고 그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피담보채권과 목적물 사이의 견련관계가 다툼의 핵심이 되곤 한다. 나아가 경매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경매개시결정 전후의 채권 발생 시점과 점유 취득 시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 유치권 신고나 주장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는다.
최근 1심 판결(2025가단31181)은 이 차이를 잘 보여준다. 매수기업이 경매로 공장 부지와 건물을 매수해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점유자들을 상대로 부동산인도명령까지 받았는데, 한 원고가 '전 소유자로부터 3억원 상당의 기계설치 및 토목·건축공사를 수주해 완공했으나 대금을 받지 못해 유치권을 행사 중'이라며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이 실제로 본 것은 유치권이라는 명칭 자체가 아니라 3억원 규모의 공사대금 채권이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되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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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원고와 전 소유자 사이의 용역계약서가 존재하지 않아 용역 대상과 토목·건축구조물공사 포함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원고가 제출한 거래처 원장과 세금계산서의 거래 시기가 주장하는 공사 이행 시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원고가 직접 제작했다고 주장한 기계에는 제3의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이 다수 포함돼 있었는데도 관련 매입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고, 3억원 규모 공사라면서 토목·건축구조물공사에 관한 세금계산서나 자재 매입비·공사노무비 자료도 제시하지 못했다. 세금계산서 미발급 하나만으로 유치권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계약 내용과 거래 시기, 매입 자료, 공사비 증빙 등 피담보채권의 존재를 뒷받침할 핵심 자료가 모두 빠져 있었기에 법원은 그 존재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기업이 실제로 챙겨야 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매 참가 전에는 매각물건명세서뿐 아니라 현황조사서와 감정평가서를 교차 확인하고 현장을 직접 살펴 점유자와 유치권 신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낙찰 후에는 지체 없이 인도명령을 신청해야 하며, 유치권 주장이 제기될 경우 단순히 유치권 존재 여부만 따지기보다는 채권의 발생 경위, 목적물과의 연관성, 변제기 도래 여부, 점유 경위 및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빙 자료가 존재하는지를 요건별로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유치권 분쟁의 어려움은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권리라는 데서 출발하지만, 결론은 결국 사실관계와 증거에서 갈린다. 경매로 취득한 부동산을 실제 사업장으로 사용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등기부 확인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누가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느냐보다 그 주장이 법적 요건과 객관적인 증거를 갖추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유치권 리스크 대응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