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없는 대여금, 계좌이체·메신저 대화로 입증 가능…대여금 소송 전부승소 사례로 본 회수 전략
-박지연 법무법인 법승 민사전문·가사전문 변호사 법률칼럼
"다음 달까지 꼭 갚을게." 가까운 지인의 말을 믿고 차용증 없이 돈을 빌려줬다가 약속한 날이 지나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대방이 연락을 피하거나 "그냥 준 돈 아니었냐"며 말을 바꾸면 많은 이들이 차용증이 없다는 이유로 대여금 반환을 스스로 포기한다.

그러나 차용증이 없다고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여금 반환의 관건은 남아 있는 기록으로 '빌려준 돈'임을 입증하는 데 있다. 민법 제598조에 따르면 금전소비대차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성립하며, 차용증은 필수 요건이 아니다. 다만 대여금 소송에서 상대방이 "증여였다", "투자금이었다"고 다투면 빌려준 돈이라는 점은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쪽이 입증해야 한다.
차용증이 없을 때는 계좌이체 내역, 카카오톡 등 메신저 대화, 통화 녹음, 일부 변제 내역이 핵심 증거가 된다. 특히 "언제까지 갚겠다"며 변제를 약속한 대화는 대여 사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이다. 변제기가 지나면 원금 외에 지연손해금도 청구할 수 있고, 대여금 소송 제기 후에는 원칙적으로 연 12%의 이율이 적용된다.
최근 의뢰인 A씨는 오랜 지인에게 수개월에 걸쳐 수천만원을 빌려줬지만 차용증은 쓰지 않았다. 상대방은 일부만 갚은 뒤 약속한 기일이 지나도록 나머지 대여금 반환을 미뤘다. 필자는 이체 내역과 메신저 대화를 정밀 분석해 상대방이 빌린 사실을 인정하고 변제기를 약속한 정황을 차용증을 대신할 증거로 재구성했다. 아울러 이행지체 책임을 물어 지연손해금까지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여 대여금 전액과 지연손해금, 소송비용까지 상대방이 부담하도록 했다. 차용증 없는 대여금이라도 기록을 법리에 맞게 엮으면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대여금 반환은 대응이 늦을수록 불리하다.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하면 대여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제 회수가 어렵고, 휴대전화 교체 등으로 메신저 기록이 사라지기도 한다. 상환이 미뤄진다면 대화와 이체 내역부터 보존하고, 필요하면 가압류로 상대방 재산을 미리 묶어둬야 한다. 차용증이 없다고 대여금 반환을 포기할 이유는 없지만, 회수 가능성은 초기 대응에서 갈린다. 분쟁이 커지기 전에 증거 보존부터 회수 전략까지 점검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