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M터치 사회나눔(46)]돈 헨리(이글스)의 '월든'과 톰킨스의 '파타고니아', 그리고 '남이섬'

[MT&M터치 사회나눔(46)]돈 헨리(이글스)의 '월든'과 톰킨스의 '파타고니아', 그리고 '남이섬'

문병환 기자
2026.10.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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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적인 밴드 이글스의 보컬 돈 헨리, 소로 '월든'에 영향받아 월든 호수 자연 보존운동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마을의 월든 호수와 이글스 다큐멘터리 표지 및 밴드 멤버들. 오른쪽 두 번째가 보컬 돈 헨리.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마을의 월든 호수와 이글스 다큐멘터리 표지 및 밴드 멤버들. 오른쪽 두 번째가 보컬 돈 헨리.

퀸의 'Bohemian Rhapsody'와 함께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 명곡으로 손꼽히는 'Hotel California'를 탄생시킨 그룹, 이글스(Eagles). 이글스의 노래에서는 아름다운 화음이 흐르지만, 그 화음을 만들어낸 멤버들 간에는 긴 세월 심한 불화와 긴장이 지속됐다. 이글스의 40년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History Of The Eagles'에는 음악적 주도권과 수익 배분, 자존심이 얽힌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데 이 복잡한 다툼 이야기 속에서 오래 마음에 남는 대목이 있다. 이글스의 리더보컬 겸 드러머인 돈 헨리가 '월든(호수)' 숲 보존 활동을 돌아보는 장면이다. 그는 이 일을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월든 호수는 생태주의 철학자이자 '시민 불복종'(소로의 저서)의 아버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845년부터 2년 2개월간 오두막에 머물며 자연과 삶의 관계를 성찰한 곳이다. 소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1854년 그의 대표작 '월든'을 출간했고, 이 책은 세상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소로의 철학은 그의 스승이자 평생의 친구였던 랄프 월도 에머슨이 주도한 '초월주의(Transcendentalism)'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초월주의는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일어난 철학적·문학적 운동으로, 핵심은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만 기대지 말고, 자신의 내면과 자연을 통해 삶의 진리를 발견하라"는 것. 에머슨이 초월주의의 '사상적 설계자'였다면, 소로는 그 철학을 실천하고 증명해 보인 '행동가'였다.

이글스의 돈 헨리는 학창 시절부터 소로와 '월든'을 읽고 깊은 영향을 받았다. 소로뿐 아니라 에머슨의 영향도 받았다. 그 독서 경험이 월든 숲 보존 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돈 헨리는 1989년 말 TV에서 월든 숲 개발(대규모 사무용 건물·공동주택 건설) 소식을 듣고, 숲의 개발을 막기 위해 1990년 비영리 환경·교육단체 '월든 우즈 프로젝트(The Walden Woods Project·WWP)'를 설립했다.

헨리는 단체를 통해 모금에 나섰고, 모은 돈으로 개발 예정지를 직접 매입해(약 21만평) 영구 보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소로의 사상·문학 유산을 함께 보존하고, 학생·교사·일반인을 대상으로 소로의 철학과 환경보호·사회적 책임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헨리는 현재도 WWP 이사회 의장을 유지하며 이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한 음악가가 대중에게서 얻은 영향력을 숲의 미래를 위해 사용한 셈이다.

■ 노스페이스·에스프리 공동창업자 톰킨스 부부와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 위대한 환경보호 실천주의자들

패션제국·빌딩숲 대신 남미 파타고니아 숲으로 가서 파괴 위기에 처한 자연을 지켜낸 톰킨스 부부/사진=톰킨스 패밀리 아카이브
패션제국·빌딩숲 대신 남미 파타고니아 숲으로 가서 파괴 위기에 처한 자연을 지켜낸 톰킨스 부부/사진=톰킨스 패밀리 아카이브

이 이야기는 남미의 파타고니아(Patagonia)로 이어진다. 파타고니아는 세계적인 자연생태 관광지이자 트레킹·등산 애호가들이 평생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여행지. 칠레와 아르헨티나 남부에 걸쳐 있는 광대한 지역으로, 안데스산맥과 빙하, 피오르, 호수, 초원 등이 어우러진 곳이다.

노스페이스와 에스프리의 공동창업자이자 전설적인 환경운동가인 더글러스 톰킨스는 사업에서 물러난 뒤,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CEO였던 아내 크리스틴과 함께 1993년 회사를 떠나 남미 파타고니아로 향한다. 톰킨스는 사업에서 얻은 부를 자연에 돌려주기 위해 환경보전 재단들을 설립, 상업 개발 위기에 처한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지역 땅을 사재를 털어 사들였다. 이 조직들은 훗날 '톰킨스 컨서베이션(Tompkins Conservation)'으로 통합되어, 파타고니아의 광대한 자연을 보전하고 복원하여 국립공원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톰킨스 부부가 매입하여 국가(주로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기부한 땅은 약 220만 에이커(약 8,900㎢) 규모에 달하며, 이는 서울 면적(약 605㎢)의 약 15배에 해당한다. 한 개인이 기부한 토지로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런 엄청난 일을 해냄으로써 '오래도록 자연으로 남게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이룩해낸 것이다.

톰킨스 부부의 활동에는 지역 주민의 삶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자연을 지키는 일이 지역경제와 이어질 수 있도록, 국립공원 주변의 자연관광과 지역사회를 함께 생각했다. 숲과 야생동물이 살아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 방문이 지역의 일자리와 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현재 톰킨스 컨서베이션은 크리스틴 톰킨스가 공동창립자이자 회장을 맡고 있으며,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독립적인 자연복원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더글러스 톰킨스는 2015년, 칠레 파타고니아의 헤네랄 카레라 호수(Lago General Carrera)에서 강풍에 의한 카약 전복 사고 후 중증 저체온증으로 72세에 사망했다. 자연보호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 자신이 사랑했던 파타고니아의 호수에서 생을 마감한 셈이다. 이 카약에는 톰킨스의 친구이자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도 있었는데, 쉬나드는 살아남았다.

세계 산악인들에게 상징적인 봉우리인 파타고니아 피츠로이산. 이본 쉬나드와 더글러스 톰킨스 일행의 등반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산악인들에게 상징적인 봉우리인 파타고니아 피츠로이산. 이본 쉬나드와 더글러스 톰킨스 일행의 등반으로도 유명하다.

쉬나드의 파타고니아는 연매출 약 2조원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이다. 톰킨스는 의류산업의 대량생산과 소비 자체가 자연을 훼손한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가졌다. 반면 쉬나드는 기업활동의 환경적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그 피해를 줄이고 기업이 창출한 자원을 환경보호에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매출의 1%를 자연환경의 보전과 복원을 위해 내놓아 왔다. 흔히 '지구세'라고 부르는 세금이다.

톰킨스와 쉬나드의 우정은 사업가가 되기 전, 1950년대 후반 암벽등반을 통해 시작됐다. 1968년에는 동료들과 낡은 밴을 타고 남미까지 여행한 뒤 아르헨티나의 피츠로이산에 함께 올랐다. 바로 이 여행에서 쉬나드는 파타고니아 지역에 매료됐고, 훗날 자신의 의류회사 이름도 파타고니아로 정했다.

■ 모래밭에서 숲생태·문화예술의 '나미나라공화국'으로… 연 200만명 글로벌 문화관광지 남이섬

전국에서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사계절 문화관광지 남이섬 전경/사진제공=(주)남이섬
전국에서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사계절 문화관광지 남이섬 전경/사진제공=(주)남이섬

남이섬의 아름다운 가을 단풍 풍경을 보며 월든과 파타고니아 이야기들을 떠올린다. 남이섬은 월든이나 파타고니아의 국립공원과 형성 과정이나 운영 방식이 다르지만 매입 취지와 기본 운영철학은 상통한다. 그곳에서는 자연을 가꾸는 일과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는 일이 매일 함께 이루어진다. 방문객을 맞고 공연과 전시, 숙박과 휴양을 제공하는 문화관광 공간이다.

남이섬의 창립자 민병도(1916~2006) 선생은 1965년 모래밭 불모지였던 남이섬을 매입해 나무를 심으며 섬을 가꾸기 시작했다. 금융기관 임원(1962~63년 한국은행 총재 역임) 재직 시 모아 놓은 급여와 퇴직금 등으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골의 황무지를 사들인 것. 소로가 월든을 사랑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 것처럼, 민병도 선생 역시 "푸른 동산 맑은 강은 우리의 재산, 성심껏 다듬어서 후손에게 물려주자"라는 뜻을 세우고 평생을 바쳐 남이섬을 가꾸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75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1966년 법인을 설립한 남이섬은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현재 세계 122개국 외국인 약 70만 명을 포함해 연간 약 200만 명이 찾는 대표 관광지로 성장했으며, 섬 안에서는 연간 600여 회의 공연·전시·축제가 열린다.

문화예술 지원에 남다른 열정을 지녔던 창립자의 유지는 현 민경혁 (주)남이섬 대표이사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민경혁 대표는 자연생태 위에 문화예술을 접목한 '문화생태 경영'으로 남이섬을 세계적인 문화생태 관광지로 발전시켰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민 대표는 10월 20일 서울 서초구 마리나파크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CEO 대상' 행사에서 문화관광진흥 리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민경혁 남이섬 대표(오른쪽)가 '2026 대한민국 CEO 대상' 시상식에서 문화관광진흥 리더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있다./사진제공=(주)남이섬
민경혁 남이섬 대표(오른쪽)가 '2026 대한민국 CEO 대상' 시상식에서 문화관광진흥 리더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있다./사진제공=(주)남이섬

한편 공연&문화허브 M터치의 자매단체인 음진인협동조합은 (주)남이섬(남이섬교육문화그룹)과 함께 '2026 남이섬 가을 음악 페스티벌'을 오는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1시~4시 남이섬 야외공연장에서 개최한다. 각양각색의 뮤지션 10개 팀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음악적 개성과 열정을 관객과 나눈다. 가을 정취와 라이브 음악이 어우러지는 축제로, 남이섬을 찾은 관광객과 음악 애호가들에게 다채로운 음악 선율과 휴식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글스의 돈 헨리는 음악으로 얻은 재력과 영향력을 월든 숲 지키는데 쏟았다. 톰킨스 부부는 사업으로 모은 재산을 자연의 미래에 내놓았다. 이본 쉬나드는 지구에 돌려줄 몫을 기업의 약속으로 지켜갔다. (주)남이섬은 자연을 가꾸며 사람들이 예술과 휴식을 누리는 "지속 가능한 생명숲·생태관광지" '나미나라공화국'을 아름답게 지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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