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 가처분 결정으로 본 조기 유찰과 수의계약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시공자 선정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절차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르고 사업 지연에 따른 조합원의 부담도 커지면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면서도 시공자를 신속하게 선정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입찰 참여 업체에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업체의 실질적인 입찰 의사를 미리 확인하고, 확약서를 제출한 업체가 한 곳에 그치면 입찰 마감일을 기다리지 않고 유찰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 차례 거친 뒤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입찰참여 확약서', 악용 우려와 서울시의 제동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입찰참여 확약서를 짧은 기간 안에 제출하도록 요구하면 업체가 입찰 조건을 충분히 검토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고, 특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하여 경쟁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조기 유찰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입찰참여 확약서에 대하여 고의 유찰과 수의계약을 유도하는 편법이 될 수 있다며 해당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만으로 입찰참여 확약서를 활용한 절차를 모두 위법한 편법으로 볼 수 있을까. 최근 확정된 법원의 가처분 사건은 이 문제를 보다 균형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법원, '추상적 우려만으로 무효 단정 어려워'
서울의 한 재개발조합은 시공자 선정 입찰을 공고하면서 현장설명회 개최 후 14일 이내에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한 업체에 입찰참가자격을 부여하였다. 1차 현장설명회에는 11개 업체가 참석했지만, 기한 내 확약서를 제출한 곳은 한 공동참여 업체 뿐이었다. 조합은 입찰 마감일 전에 유찰을 선언하고 다시 입찰을 공고했다. 2차 입찰에서도 확약서를 제출한 곳이 하나의 공동참여 업체에 그치자, 조합은 수의계약 절차를 거쳐 총회에서 해당 업체를 시공자로 선정하였다. 일부 조합원은 이러한 절차가 입찰에 필요한 검토기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하고 경쟁입찰의 취지를 잠탈했다며 총회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2026년 2월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입찰참여 확약서가 조기 유찰과 수의계약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그와 같은 추상적인 우려만으로 해당 입찰절차를 무효로 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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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확약서를 기한 내 제출하면 입찰참가자격을 얻을 수 있고, 참가 여부는 업체 스스로 결정하므로 일반경쟁입찰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최초 현장설명회부터 2차 확약서 제출 마감일까지 40일 이상의 검토기간이 있었고, 업체들이 사업 정보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었던 점 등도 고려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1심의 판단을 유지했고, 2026년 8월 대법원도 재항고를 기각해 가처분 기각 결정이 확정되었다.
조기 유찰, 명확한 기준 아래 허용될 필요 있다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한 업체가 한 곳에 그쳐 경쟁입찰이 성립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까지 마감일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 기간만큼 시공자 선정과 후속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 참여 의사를 합리적인 시점에 확인하고 재입찰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지연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조기 유찰의 허용 요건, 적정한 검토기간, 이의 제기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정성은 절차의 형식적인 길이가 아니라 기회의 평등에서 나온다. 모든 업체에 같은 조건과 충분한 정보가 주어졌다면, 결과가 정해진 기다림까지 강요할 이유는 없다./글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 김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