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베트남 시내에 다이아몬드 플라자내 한국 식당에 10여 명의 현지 법인장들이 모였다. 현지 봉제공장 견학을 위해 베트남을 찾은 기자단과의 간담회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대부분 20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낸 수출의 산증인들이다. 법인장들은 한국 봉제 산업의 경쟁력, 베트남 현지 공장의 성과, 애로사항 등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자들에게 쏟아냈다. 문준용 세아상역 법인장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무용담'까지 전해줬다.
"저보다 앞서 과테말라 법인장으로 근무했던 분의 이야기인데요. 치안상태가 나쁜데 하루는 법인장이 현지인에게 총을 세 방이나 맞았어요. 두 방은 제거했는데 나머지 한 방은 목 주변이라 자칫 무리하게 제거 수술을 했다가는 목숨에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목에 총알을 박고 살고 계세요. 몸에 총알이 박혀 있으니 공항 검색대에서 매번 걸리잖아요. 그래서 아예 목 엑스레이를 갖고 다니세요."
해외 각지에서 피땀 흘리며 한국 경제 위상을 높여온 '수출역군'의 단면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인 셈이다. 산업역군하면 불볕더위의 중동에서 건설업에 종사해온 한국 근로자들을 많이 떠올리지만, 사이판을 시작으로 중남미, 동남아시아로 진출해 '코리안 파워'를 드높이고 있는 섬유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섬유산업하면 '사양 산업'을 떠올리지만 1960년대부터 섬유산업은 한국경제를 이끈 주역이었다. 섬유산업은 현재도 강한 저력을 보여준다. 올해도 130억불 이상의 수출이 기대되고 있다.
'섬유의 변신'도 섬유산업을 재조명해야할 이유다. 섬유하면 '의류용'만 생각하지만 선박, 자동차, 항공기 등 다른 산업군의 소재로도 활용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IT와 타산업간 융합 산업을 신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입법추진중인 '산업융합촉진법'에 대해 국내 섬유업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첨단산업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섬유산업에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특히 섬유 등 전통산업은 대기업 위주의 첨단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비중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