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근한 멋을 자랑하는 거리, 이태원에 가면 정성어린 맞춤셔츠 전문점이 있다. 이태원역 4번 출구로 나오면, 헤밀톤 호텔 맞은편으로 ‘custom made’란 글자가 붙은 가게들이 보인다. 저마다 긴 사연을 간직한 듯,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 더욱 운치 있는 쇼윈도에 셔츠와 재킷이 즐비하다.
맞춤셔츠의 가장 큰 장점은 내 몸에 꼭 맞는 것. 오로지 나만의 취향을 반영해 태어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셔츠는 입는 이의 품격을 올려준다. 소매 사이로 언뜻 드러나는 이니셜 역시 맞춤셔츠의 매력.
‘수트 좀 입을 줄 안다’는 멋쟁이는 모두 맞춤셔츠를 입는다는 사실. ‘맞춤’ 하면 어쩐지 가격이 비쌀 것 같지만, 3만원에서 5만원 사이면 이태원의 맞춤셔츠를 멋지게 장만할 수 있다. 기존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하면 깜짝 놀랄만한 가격이다.
맞춤셔츠의 첫 번째 단계는 원단 고르기. 어떤 원단을 고르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수백, 수천 종류의 원단 앞에서 정신이 아득해진다면 점원에게 질문할 것. 오후 3~5시 사이에 방문하면 더욱 자세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원단을 골랐으면 이제 사이즈를 잴 차례. 타이트한 핏이 유행이라 소매통까지 꼼꼼하게 재어준다. 셔츠 칼라와 소매, 등주름까지 고르고 나면 이니셜과 단추를 고민해야 한다. 이니셜은 글자 종류가 2~3개 준비되어 있으며, 단추는 흰색의 기본 타입이 가장 무난하다.
◇ Since 1976, 헤밀톤 셔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맞춤셔츠의 터줏대감. 한번 온 고객은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는 명성을 보증하듯, 국회의원과 대사관, 아나운서 등 유명 손님들이 많다. 한 번 사이즈를 재면 데이터가 영구히 남아 다른 지점에서도 맞출 수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원단만 골라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다.
◇ 최신 트렌드 여기 다 있네, 휴스톤

17년 전통의 휴스톤은 멋쟁이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답게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 틈틈이 일본 잡지를 보며 젊은 사람들의 감각을 공부하고 있다고. 특별히 원하는 디자인이 있을 때 이미지를 출력해서 가져오면 그대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보통 일주일 정도 제작기간이 필요하지만 급한 사람에겐 익일 제작도 가능하다.
◇ 뚝심 있는 장인을 원한다면, 워싱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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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자마자 고양이가 귀엽게 반기는 워싱톤은 손님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 한다. 손님의 스타일과 취향을 재빨리 파악하는 것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맞춤시장에서 28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비결. 봉재공장을 직접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한 마무리를 자랑한다.
이태원의 맞춤셔츠 장인들이 귀띔하는 셔츠의 트렌드는 허리 라인이 날렵하게 들어간 타이트 핏에 목깃이 높은 투버튼 디자인. 정장을 처음 입는 사람에겐 흰색이나 옅은 블루의 무지 셔츠 혹은 잔 체크가 들어간 패턴을 추천했다.
‘쿨비즈룩’이 유행하면서 반팔 셔츠를 찾는 사람도 많다니 참고할 것. 일단 이태원으로 향하면, 셔츠에 대한 당신의 모든 고민이 한 순간에 해결되리란 건 분명하다. 수트를 입을 줄 아는 남자가 되기 위해, 맞춤셔츠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