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부도 후 현 경영진 잠적…직원들끼리 합심해 '법정관리' 신청

33년 된 토종 장수 브랜드 '톰보이'가 지난 15일 부도를 내고 맥없이 무너졌다. 창업주 일가로부터 지난해 톰보이를 인수하고 '재기'를 외치던 금융권 출신의 새 주인은 부도 이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현 오너가 의류 재고를 담보로 해서 끌어들인 사채업자들은 물류센터를 넘보고 있다. 현 경영진의 방만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부도 이후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멀쩡히 잘 팔리고 있는 브랜드가 부도라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나 홀로' 된 톰보이 직원들은 회사를 어떻게든 살리겠다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톰보이 직원을 대표한 한 관계자는 18일 "직원협의체를 구성했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직원들이 합심해 어떻게 든 회사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경영진의 불투명한 경영에도 지금까지 믿고 따라온 직원들한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냐"며 "현 경영진은 사실상 잠적 상태로 이들은 '기업사냥꾼' 정도가 아니라 33년 된 톰 보이의 유·무형의 자산을 모두 훼손시킨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톰보이의 공식적인 대표이사는 신수천 사장이지만, 함께 톰보이를 인수한 배준덕 사장이 실질적으로 자금 조달 등 경영에 개입해왔다. 지난 해 인수 당시 최대주주였던 강대호 부회장도 영업총괄사장을 맡아왔다.
인수 당시 톰보이의 부채는 615억 원에 달했다. 지난 10월부터 올 6월까지 200억원 가량을 갚았다. 톰보이 고위 관계자는 "인수 당시 부채는 많고 은행권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차입금을 상환하게 됐다"며 "그 과정에서 (고금리의) 사채를 통해 부채를 갚으면서 자금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번 최종 부도 직후, 용인 물류센터에는 사채업자들만 3곳에서 몰려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동일한 재고를 담보로 3군데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려 써 이중, 삼중계약이었다"며 "게다가 모든 계약마다 이면계약이 설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권 출신의 현 경영진이 회사를 인수했을 때 패션은 문외한이더라도 금융에 대해서는 잘 해주리라 믿었다"며 "그런데 결과는 매출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켜 회사가 부도까지 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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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설립돼 적자 한번 없이 승승장구하던 톰보이가 회사 매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2006년 7월 창업주인 최형로 회장이 갑작스러운 건강악화로 별세하면서부터다.
같은 해 8월에 부인인 김명희 회장이 취임했고 '톰보이잇셀프'라는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사세 확장에 나섰지만 100억원 이상의 적자만 냈다. 이어 2008년엔 글로벌 경기 위축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고 2009년엔 부메랑처럼 자금압박이 심해졌다.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해 '회사 매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게 됐다.
톰보이 관계자는 "당시 LG패션, 신원, 이랜드, 한세실업 등 주요 패션회사에서 인수에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 '펀드'(금융 출신의 현 경영진)가 인수하게 됐다"며 "재기를 도모하던 회사는 주인을 잘못만나 한방에 망가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톰보이 직원들은 현재 김정주 코모도스퀘어 사업부장을 직원대표로 선출하고 기업회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톰보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백화점 유통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톰보이 관계자는 "톰보이 전체 브랜드는 백화점에 매출 50%를 의존하고 있으며 톰보이 브랜드로만 치면 백화점 매출이 70%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에 백화점에서 사실상 철수통보를 하고 있어 영업이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백화점은 하반기 MD개편기라 더욱 힘들다"며 "유통이 무너지면 톰보이의 재기는 더욱 요원해진다"고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톰보이 브랜드는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1.2% 신장했다. 4분기도 7.4% 신장해 5~6%대의 동일업종 브랜드의 매출 신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올해 1, 2분기는 4% 역신장했다.
톰보이 관계자는 "올 들어 자금사정이 나쁘다면 루머가 돌면서 하청업체들과 계약이 해지되는 등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매출에 일부 타격이 있었지만 톰보이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하다"며 "제대로 된 새 주인을 찾아 브랜드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