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4시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장.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증인으로 '빅3' 대형마트 담당자들이 나섰다. 그런데 명패를 보니이마트(106,700원 ▼1,400 -1.3%)와 롯데마트는 각각 부사장과 상품본부장이 '대리 출석'해 있었다.
당초 출석을 요구받았던 각사 대표들은 해외로 떠나고 없었다. 출석 요구를 받았을 때부터 "검토 중"이라며 뜸을 들이더니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 '해외 출장' 사유서만 내면 면죄부가 부여되는 셈이다. 해당 사측은 '꼭 대표가 참석해야하는 일정'이라고 이유를 댔지만 '꼭 이때'여야만 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요즘 국감장 풍경을 보면 오히려 증인으로 나가는 기업인이 의외의 케이스로 보일 정도다. 나가더라도 여론의 등살에 떠밀려 억지로 나가는 경우가 다수다.
문제는 이런 풍경이 매년 국감시즌의 '레퍼토리'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국감장에서 불출석에 대해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격노하지만, 시즌이 끝나면 흐지부지된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여야는 일부 증인 불출석 기업인에 대해 고발 의사를 천명했지만 이후 예산안 등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유야무야됐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권위와 자존심은 구겨졌고, 알권리는 침해당했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할 말이 많다. 국회가 기업을 '동네북'으로 만들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의원들이 대표를 윽박지르고 인격적 모욕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때문에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경제단체도 들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기업인에 대한 국감 출석 요구가 심리적 압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경우 국가 경제에 막대한 유·무형적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매년 이런 고질적이고도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 될 것이라면 아예 기업인 증인 출석을 자제시키던지, 아니면 아예 불출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이 불출석 증인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 현행 법률을 강화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년 넘게 국회 운영위에서 계류 중이다. 의원들이 카메라 세례 앞에서는 불출석 기업인들에 대노하면서도, 왜 정작 법 개정에는 지지부진한 것인지 국민들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