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 눈물흘릴 때, 바이킹 '나홀로' 웃는다

제우스 눈물흘릴 때, 바이킹 '나홀로' 웃는다

오슬로·베르겐(노르웨이)=장시복 기자
2011.11.28 15:12

[르포]'유럽 경제위기' 무풍지대 노르웨이 성탄 앞두고 가보니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의 훈훈한 크리스마스 분위기(左)와 그리스 아테네 시위대의 냉랭한 표정이 대비된다.ⓒ장시복 기자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의 훈훈한 크리스마스 분위기(左)와 그리스 아테네 시위대의 냉랭한 표정이 대비된다.ⓒ장시복 기자

'제우스의 땅' 그리스가 경제위기로 눈물 흘릴 때, '바이킹의 후손' 노르웨이는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유럽'이라는 이름아래 묶여있지만 남(南)쪽과 북(北)쪽의 온도 차는 컸다. 남유럽의 위기가 동·서유럽으로 무섭게 번지는 양상이지만 스칸디나 반도는 이를 비켜나간 듯 했다. 이른바 경제위기의 '무풍지대'였다.

지난 22일 저녁 노르웨이 '제2의 도시'로 불리는 베르겐시의 토르갈메닝겐 거리. 서울로 치면 명동격인 이 중심지 한 가운데 대형 천막 행사장이 자리 잡았다. 안에선 생강 쿠키로 건물 한 채 크기의 '과자 도시'를 만드느라 북적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베르겐 시민들이 대거 참여해 과자로 건물을 짓고 장식하는 '빅 이벤트'다.

◇레스토랑·상점마다 빈자리 없어=다른 북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노르웨이인들에게도 크리스마스 시즌은 남다르다. 기독교(루터교)가 국교인데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인 북극이 가까운 탓이다. 이 시즌은 노르웨이의 체감 경기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대부분의 시내 레스토랑은 예약이 이미 꽉 찼고, 파티복을 입은 이들로 거리가 북적했다. 상가 곳곳에선 크리스마스 장식 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청사 테러 복구 현장.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지난 7월 정부청사에 폭탄 테러를 가한 뒤 우퇴위아 섬으로 이동, 총격 사건을 저질러 77명을 숨지게 해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당시 이 청사에선 그의 폭탄 테러로 8명이 숨졌지만 청사는 붕괴되진 않았다.@장시복 기자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청사 테러 복구 현장.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지난 7월 정부청사에 폭탄 테러를 가한 뒤 우퇴위아 섬으로 이동, 총격 사건을 저질러 77명을 숨지게 해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당시 이 청사에선 그의 폭탄 테러로 8명이 숨졌지만 청사는 붕괴되진 않았다.@장시복 기자

노르웨이의 현지 관계자들은 "남유럽 경제 위기 얘긴 뉴스로 듣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교민 전승호씨는 "요즘 주변 현지인들의 소비 지출이 늘고 있는 것을 보면 호황기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는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 위기로 신음하는 모습과 딴판이다. 지난달 기자가 방문한 그리스 아테네에는 골목마다 쓰레기 더미가 가득 쌓이고, 벽에는 시위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을씨년스런 풍경이었다. 지금까지도 이런 싸늘한 분위기는 지속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석유·수산물 수출로 탄탄한 재정=1인당 국민소득 세계 2위인 대표적 부국(富國) 노르웨이에선 위기감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비(比) 유로존인 노르웨이는 석유와 금속, 그리고 수산업 등 풍부한 천연 자원에서 나오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탄탄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며 경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는 석유와 가스 수출량이 세계에서 각각 7위, 3위인데다 연어 양식업을 중심으로 세계 두번째 수산물 수출국 지위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유럽 연합(EU)의 평균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4%였지만, 노르웨이는 오히려 10.5%의 흑자를 기록했다. 또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의 경우 노르웨이는 44.7%로 EU 평균(80%)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국가 신용등급은 AAA이고, 유로화에 대한 노르웨이 화폐 크로네의 교환 비율은 1대 7.7 정도로 2003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며 강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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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시내에 들어서면 아파트 등 건설 현장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모습도 눈에 띈다. 대부분 국가들의 건설 경기가 침체된 것과 달리 활발한 모습이었다. 정부는 석유 수출 자금으로 4500억 달러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창출 등 복지에도 힘써왔다는 전언이다. 두 차례나 국민투표에서 EU 가입안을 부결시킨 점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도 노르웨인인들 사이에서 엿보였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에 미리 '예방주사'를 맞았던 점이 효과를 봤다고 분석한다. 이노베이션노르웨이 비욘 올레 비욘슨 상무참사관은 "1990년대 초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의 적극적 노력으로 국가 채무와 재정적자 증가에 대비할 수 있었다"며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지 글로벌 경제는 얽히고 얽혀있어 항시 주목하며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보다 테러가 더 이슈=노르웨이가 고민하는 부분은 정작 경제보단 테러 이슈였다. 지난 7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라는 한 청년은 정부 청사에 폭탄 테러를 가한 뒤 우퇴위아 섬으로 이동, 총격 사건을 저질러 77명을 숨지게 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더욱이 '노벨 평화상'의 나라에서 발생한 초유의 사건이라 파장이 거셌다. 최근 현지 유력 일간지들의 1면을 장식한 보도들을 보면 유럽 경제 현안 보도는 찾기 힘들었고 테러 사건에 대한 속보들이 주를 이뤘다.

1차 폭탄 테러로 일부 파손된 정부청사는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고 오슬로 대성당 앞에는 여전히 테러 희생자를 위해 헌화를 하는 시민들이 줄을 이어 아직 그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일각에선 이번 테러도 결국 유럽의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로 인한 우경화가 빚어낸 결과 아니겠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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