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연법에 편의점주 말못할 속앓이

[기자수첩]금연법에 편의점주 말못할 속앓이

엄성원 기자
2013.05.06 06:36

요즘 저녁자리를 갖다보면 묘한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된다.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손님, 금연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재떨이 대용으로 쓰는 종이컵을 가져다주는 식당 주인, 밥, 술을 먹다말고 우르르 몰려나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금연법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오래된 흡연자 중 한사람으로서 조금 섭섭하기도 하지만 옆사람 피해주지 않고 다들 건강하자고 하는 일이니 큰 불만은 없다.

그러나 편의점 업주들은 생각이 다르다. 금연법이 실제 흡연율을 얼마나 떨어뜨릴 수 있을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편의점 업주들은 벌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편의점의 최대 수익원이 담배 판매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현재 담배가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4%에 달한다. 특히 남성 손님은 담배를 사러 왔다 다른 상품까지 사는 경우가 많아 연관 매출까지 생각하면 담배의 매출 비중은 한층 높아진다.

담배를 제외한 나머지 상품 중 매출 구성비가 가장 높은 가공식품의 매출 비중이 담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5%이니 담배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마포구 상수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강진한씨(가명)는 "안 그래도 불경기에 장사가 안 되는데 담배 판매까지 줄어들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도 (이전의 금연대책처럼) 금연법이 별 효과 없이 끝나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워낙 안 좋다보니 오히려 정책이 제 기능을 못하길 바라는 '삐딱한' 심정마저 든다. 강씨 같은 자영업자들이 가장 아쉬운 건 골목상권 보호니 상생이니 해서 다양한 지원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직접 피부에 와 닿는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70%가 오는 6월 금연법 전면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당 주인이나 PC방 점주들이 잇달아 금연법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지금 강씨의 눈에는 경기악화로 매출이 줄어든 데다 금연법 시행으로 매출구조가 달라질 것도 빤히 보인다. 문제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강씨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규제나 정책을 입안할 때 그 영향을 미리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책도 함께 준비했으면 하는 것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본이 더욱 중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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