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백화점은 올해 정기세일과 브랜드세일, 특가세일 등 별의별 세일을 합쳐 1년 중 146일간 세일행사를 벌였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홈쇼핑,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같은 온라인 유통채널 등이 사실상 하루 건너 하루 꼴로 세일을 하고 있다. 마진은 줄이고 매출은 늘려 불황을 넘어보자는 계산이다.
이런 유통업계의 '마른 수건 짜기' 식 마케팅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최근에는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등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외국 쇼핑 이벤트까지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오죽 어려우면 미세먼지나 폭설, 강추위 등 날씨와 연관된 할인 행사까지 봇물을 이루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눈물 나는 판촉전에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 3사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백화점과 편의점 도 한 자릿수 성장이 유력시된다.
그러다보니 유통업체에 상품을 납품하는 중소 중견기업들은 아우성이다. 연말이 다가오지만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재고 처리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 이달 초 롯데백화점이 진행한 '패밀리세일'은 백화점보다 협력업체들이 더 강하게 요구해 성사된 케이스라고 한다. 해를 넘겨 언제 팔릴지 모르는 이월상품을 만드느니 아예 연내에 이월 예정상품이 조금이라도 소화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중소 중견업체들의 입장도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같은 깜짝 이벤트만으로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일요일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 같은 본질적 규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여겨졌던 유통업체 판매장려금에까지 정부의 규제가 뻗치고 있다.
유통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납품 협력업체·납품 농어민·입점업체 등 사회적 약자의 피해규모가 연간 5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자리 창출도 유통업계의 침체가 이어지면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유통업계가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듯 싶지만 속으로는 정규직 공채를 대폭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속으로만 곪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유통 관련 제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불필요한 중복·과잉규제를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그것이 중소 중견 협력업체까지 함께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