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B(자체브랜드)상품 전성시대다. 생수부터 장난감까지 제조업체 브랜드 대신 유통업체가 스스로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PB상품이 넘쳐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물론 홈쇼핑과 소셜커머스에 이르기까지 PB상품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가격이 저렴한 PB상품은 소비자는 물론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효자다.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은 낮췄지만 중간 단계 마진 일부를 유통업체가 챙기는 구조여서 일반 상품을 팔 때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렇다보니 최근 같은 불황기에 PB상품은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은 비슷한 수준의 품질이라면 조금이라도 가격이 싼 상품에 손이 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PB상품은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품질도 일반 상품 못지않다. 영업규제로 매출이 줄어 고민이 큰 유통업계 입장에서 PB상품이야말로 위기의 돌파구인 셈이다.
유통업계는 PB상품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모범사례로 치켜세운다. 자금력과 마케팅 파워가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을 대기업 유통업체가 시장 1위 못지않은 '상품'으로 포장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PB상품이 시장 점유율 하위 제조업체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1등 브랜드 업체와 PB 제조업체를 뺀 나머지 고만고만한 업체들은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다. 소비자 특성상 PB상품이 출시되더라도 1등 브랜드 상품의 구매는 줄지 않는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매대를 살펴보면 고객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1등 브랜드 제품이 있고, 바로 그 옆에 PB상품이 자리한다.
이렇다보니 1등도 아니고 PB도 아닌 상품들은 대형마트에서 퇴출을 걱정해야 한다. 그만큼 상품 다양성이 사라지고 1등 업체와 유통업체만 살아남는 과점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유통업체는 마음만 먹으면 PB상품으로 1등 브랜드 상품도 뛰어넘을 수 있다. 실제 편의점 CU에서는 PB과자인 '콘소메 팝콘'의 월간 매출이 농심 '새우깡'보다 높다.
그러나 제조업이 무너진 유통업은 존재할 수 없다. 잘 나가는 1등 제품을 카피해 무임 승차하는 PB전략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도 있다. 유통업체들은 지나친 PB상품보다는 일반상품의 가격 거품을 빼 전체 제조업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