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 아니고 드넓은 해외로 나가서까지 같은 상권에 따라오는 것은 심한 것 아닙니까."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한 국내 외식브랜드의 주재원 A씨가 울분을 토로했다. 그가 속한 업체는 중국에서 10여 년간 산전수전을 겪으며 현지인들 위주의 상권으로 진출을 본격화했다.
그런데 새 상권에 자리를 잡을만하니 동일 업종의 후발 경쟁업체가 가는 곳 마다 따라오며 제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볼멘 소리였다. 기껏 익혀온 '나만의 비법'을 뺐기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상하이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홍췐루 거리에 가보면 우리 외식브랜드가 즐비해 마치 서울 종로나 강남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같은 업종의 국내 브랜드들이 가게 하나 건너 있을 정도로 경쟁이 뜨겁다. 최근 한류 열풍 덕에 중국 현지인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알려지면서 이 수요를 노린 우리 브랜드들의 신규 진출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기본적으로 배후수요가 안정적인 한인 밀집지역과 달리 중국 현지인들 위주의 상권은 외식업체들에게 큰 모험이다. 하나하나 매장을 열 때마다 위험 부담이 뒤따르게 돼서다. 그런데 그 모험을 마치고 자리를 잡을 때 쯤, 그 인근에 비슷한 업종의 경쟁 브랜드가 들어와 버리면 서로 한정된 파이를 나눠 갖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버린다.
주재원 A씨도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데 그 넓은 중국 대륙의 수없이 많은 상권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 상권에서 한국 브랜드들끼리 치고 박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한식브랜드 관계자 B씨도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중국 현지인들에 맞는 메뉴 구성과 노하우를 찾았는데, 국내 경쟁사가 비슷하게 따라와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내수침체로 고민하던 우리 외식브랜드들은 국내에서 '골목상권' 논란까지 더해지자, 한정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홈그라운드'인 한국에서의 방식을 그대로 써선 안된다. '따라하기'가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자기 브랜드만의 개성과 노하우로 맞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시장에선 결국 거대 글로벌 브랜드와의 대결도 필연적 이어서다. 매순간 치열한 도전 속에서 몸으로 익힌 성공과 실패의 경험은 결국 큰 경쟁력으로 돌아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