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최대 규모 3370만 계정 정보유출에 국민 불만 고조..정부와 정치권 사과 촉구
'28배 차등의결권' 주식 보유로 실질적 오너..국민 정서 고려한 직접 대응 불가피

'로켓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국내 유통업 매출 1위에 오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쿠팡이 역대급 정보 유출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우리 국민 4명 중 3명꼴인 3370만개 계정, 사실상 모든 고객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되면서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 우려까지 제기된다.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달 30일 대국민사과로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선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직접 나서야 사태 수습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란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정보 유출 사태는 물류센터 화재나 새벽배송 논란 등 그간 쿠팡이 경험해온 위기와 차원이 다르단 이유에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진행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현안 질의'에 참석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해당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게 필요할 것 같다"며 김 의장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배 부총리뿐 아니라 이날 현안 질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 대다수가 김 의장의 공식 사과와 입장 발표를 요구했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 합의로 쿠팡 정보유출 사태 청문회를 열고,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현재 쿠팡의 국내 사업은 박 대표가 총괄하며, 김 의장은 미국 본사인 쿠팡Inc 의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쿠팡의 지난해 매출 41조원 중 38조원 이상(약 93%)이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국내 사업에서 나왔고, 김 의장이 쿠팡 창업주이자 실질적인 '오너'란 점에서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단게 중론이다.
쿠팡 상장신고서에 따르면 김 의장이 보유한 쿠팡 '클래스B' 주식은 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이 보장된다. 김 의장의 지분율이 1.73%만 넘어도 50%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단 의미다.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 보유 지분 1700만주를 매각하면서 보유 주식이 1억5780만주로 줄었고, 지분율은 8.8%로 낮아졌다. 하지만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73%가 넘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의장은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한 '계획된 적자' 전략으로 쿠팡을 업계 1위로 올려놨지만, 위기 상황에선 직접 대응보단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온게 사실이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2020년 12월 쿠팡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어 2021년 6월 17일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일 국내 법인 의장직 및 등기이사를 사임한게 대표적이다.

당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쿠팡 불매운동이 회자됐다. 이에 따라 단기간 매출 신장률이 주춤하기도 했지만, 해당 분기 쿠팡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활성 고객' 수는 1702만명으로 직전 1분기 대비 100만명가량 늘어나며 '단기 악재'에 그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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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쿠팡 안팎에선 김 의장이 이번에도 나서지 않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국내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건으로 종전의 위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김 의장이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제시해야 반발 여론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쿠팡 고위 임원이 참석하는 대책 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빠른 수습을 위해 김 의장의 공식 사과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앞서 국내에선 기업 관련 대형 악재가 터지면 '오너십' 해법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이어져왔다. 올해 4월 SK텔레콤(77,900원 ▼600 -0.76%) 해킹 사고 발생 이후 경영진의 사과에도 비판 여론이 거세질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사고 발생 19일만에 대국민사과에 나서면서 사태 수습의 길을 찾았다. 당시 "SK그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라고 고개 숙인 최 회장은 "해킹사고 이후에도 본인의 휴대전화 유심을 교체하지 않았다"며 고객을 안심시켰고, 보안 정보보호 혁신위원회 구성 및 그룹사 보안체계 점검과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