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저녁 7시 제주 제주시 용담삼동 해안도로. 바다를 왼편에 두고 달리기 시작하자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공항과 가까워 착륙을 앞둔 비행기가 연신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시선이 절로 하늘을 향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형형색색의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바다를 끼고 이어진 길을 달렸다.
사람들은 운동을 마치자 인근 식당이나 카페 대신 편의점 CU 제주용두해안점으로 향했다. 1층은 일반 편의점 모습이었지만 2층으로 올라가자 다른 공간으로 바뀌었다. 탈의실과 파우더존, 폼롤러, 스트레칭 매트 등을 갖춘 '러닝 스테이션'이었다.

해안도로에서 스쳐 지나갔던 러너들을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공간에서 이온음료와 에너지바를 손에 든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한 고객은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했고 다른 손님은 폼롤러로 종아리와 허벅지를 풀고 있었다. 경기도에서 여행을 왔다는 박상현씨(32)는 "CU에서 러닝을 시작해 다시 여기로 돌아왔다"며 "선크림을 안 챙겼는데 매장에 있어서 편했다"고 말했다.
CU가 일반 점포였던 이 매장을 러닝 스테이션으로 재단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편의점을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운동 전후를 책임지는 베이스캠프로 탈바꿈한 것이다.

CU는 3월 업계에서 처음으로 서울 여의도 한강 인근에 러닝 특화 편의점을 선보인 뒤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확대해 왔다. 제주용두해안점은 서울 외 지역에 처음 문을 연 사례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릴 수 있는 러닝 코스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리듬러닝(4.1km) △일상러닝(8.5km) △완주러닝(17km) 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또 러닝 전후 즐길 수 있는 식음료를 비롯해 보호대 등 운동용품도 판매한다.
러닝 거점으로 재단장한 뒤 매출도 달라졌다. 특히 러너들이 즐겨 찾는 상품 판매가 늘었다. 이달 20일까지 이온음료 매출은 전년 대비 79.5% 증가했다. 바초콜릿(77.6%), 시리얼바(77.3%), 에너지음료(65.3%)도 성장세를 보였다. 간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김밥과 삼각김밥도 각각 55.6%, 24.1% 증가했다.
달린 거리와 시간 등을 기록하는 고객을 위해 온라인 서비스도 마련했다. 자체앱 포켓CU에 '러닝멤버스'를 도입하고 러닝 플랫폼 '런데이'와 연계했다. 러닝멤버스에서 달린 기록을 인증하면 거리를 환산해 CU 포인트나 상품 교환권을 주는 방식이다. 4월 서비스를 도입한 뒤 가입자는 약 2만5000명, 누적 러닝 거리는 약 16만km를 넘어섰다.
CU는 이러한 수요에 힘입어 서울 20개점, 제주 1개점 등 러닝 스테이션을 전국 21개점 운영하고 있다. BGF리테일(118,900원 ▲2,400 +2.06%) 관계자는 "CU는 러닝 스테이션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러닝 멤버스 가입자 수, 누적 거리가 늘어나며 러닝 프로그램에 대한 고객 참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