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팔면 끝" 옛말…제조업에 부는 '구독경제' 바람

"한 번 팔면 끝" 옛말…제조업에 부는 '구독경제' 바람

이병권 기자
2026.07.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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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 부는 '구독경제' 바람/그래픽=이지혜
제조업에 부는 '구독경제' 바람/그래픽=이지혜

렌털업계 전유물이었던 '구독경제' 사업모델이 제조업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농기계·사무가구·보일러 등 제조업 분야에서 구독형 사업모델이 번지면서 기업들의 경쟁 무게추가 '평생 고객'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농업기업 대동(6,240원 ▼560 -8.24%)의 AI 농업 플랫폼 '대동커넥트' 가입자는 지난달 5만명을 넘었다. 대동은 원격관제 시스템 등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기계를 자동 업데이트하고 정밀농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형 사업모델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2030년까지 연간 반복매출(ARR) 1032억원 달성이 목표다.

구독형 사업모델은 다른 제조업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퍼시스(25,900원 ▼750 -2.81%)는 이달 초 가구업계 처음으로 사무가구 렌털 서비스를 선보였다.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스타트업과 공유오피스를 공략해 포화한 사무가구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경동나비엔(61,300원 ▼2,900 -4.52%)과 귀뚜라미 등 보일러업계도 정기 점검과 필터 교체, 사후관리(AS)를 결합한 보일러·온수매트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제조업의 사업모델이 '서비스형 제조(XaaS)'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품 판매에 유지관리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데이터를 결합해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이 구독에 주목하는 이유는 제품 판매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으로 제품 수명이 길어지고 교체 주기가 늘어난 데다 경기 침체와 시장 포화까지 겹치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중요해졌다. 축적한 고객 데이터를 제품 성능 개선과 신규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투자업계도 반복 매출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경기 변동에도 실적 예측 가능성이 높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보다 적어 수익성 개선에도 유리해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25조원에서 최근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기업들이 잇달아 구독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렌털업계 경쟁도 치열해졌다. 신규 계정 확보와 구독 유지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코웨이와 SK매직 등은 음식물처리기와 펫가전 등 1인가구 대상 제품을 확대하고 해외에서도 렌털 방식을 정착시키며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코웨이(91,200원 ▼1,100 -1.19%)의 전체 렌털 계정은 2021년 845만개에서 올해 1분기 1173만개로 약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계정은 244만개에서 425만개로 약 74% 늘었다. SK인텔릭스도 지난 5년간 전체 계정 수를 205만개에서 235만개로 확대했다. 최근 웰니스 AI 로봇 '나무X'에 보안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했다.

다만 구독 모델은 사업 초기 일시금 판매가 줄어 현금 회수 속도가 늦어지는데 유지·보수와 고객관리 비용은 꾸준히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구독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한샘은 2019년 가정용 가구 렌털 사업에 진출했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2022년 사업을 종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경쟁은 제품을 얼마나 많이 판매하느냐보다 고객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서 고객 경험까지 관리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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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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