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의 와인 Pick!] 이럴 때 이 와인 어때?

[박영신의 와인 Pick!] 이럴 때 이 와인 어때?

로피시엘=박경배 기자
2026.09.3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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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는 밤에는, 뉴문 실렉시온 유기농(Numun Seleccion Organic) 비건 와인 어때?

국화/사진제공=필자
국화/사진제공=필자

가을의 문턱에 서면 어릴 적 마당 화단에는 어김없이 국화가 피었다. 밤새 내려앉아 앙증맞게 반짝이던 이슬방울을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면 은은하고 깊은 국화 향이 오래도록 머물곤 했다. 계절의 뒤편으로 다른 꽃들이 자취를 감출 때에도 국화만큼은 마지막까지 남아 청량한 숨결을 내어준다.

국화 곁을 지나칠 때면,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코를 묻던 어린 날의 내가 스친다. 바쁘고 무거운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가장 순수하고 따스했던 그 시절의 내가 마법처럼 되살아나는 기억이다.

국화는 매화·난초·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로 꼽힌다. 옛사람들은 서리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국화의 기개를 오상고절이라 불렀다. 앞다투어 피지 않고 다른 꽃들이 물러난 자리에 조용히 제 시간을 여는 꽃이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떠올리면 한 송이 꽃이 달리 보인다. 꽃잎에는 그 꽃이 지나온 봄과 여름의 시간이 담겨 있는 듯하다. 국화를 술에 띄워 건강과 장수를 빌던 풍습에도 저무는 계절을 아끼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가을 저녁, 골목의 국화 한 송이 위로 달이 떴다. 꽃과 달이 나란히 놓인 풍경에서 달빛 아래 포도를 거둔다는 와인이 떠오른다. 스페인 후미야의 뉴문 실렉시온 유기농(Numun Selección Organic)와인은, 유기농 재배와 V-Label의 'VEGAN' 인증 마크를 받은 와인이다. 국화의 향처럼 오래 남는 이야기와 함께 마시고 싶은 와인이다.

/사진 출처= 아미
/사진 출처= 아미

◆ 누문 셀렉시옹 오가닉(Numun Seleccion Organic)

-Country : 스페인

-Region : 후미야

-Producer : 보데가스 BSI(Bodegas San Isidro)

-Grape : 모나스트렐, 쁘띠 베르도, 카베르네 소비뇽

-Alcohol : 14.5

-Farming/ VEGAN: 유기농, V-Label VEGAN

◆ 유기농이라는 말 뒤에, 비건 인증 마크를 한 번 더

후미야의 포도는 뜨거운 햇볕 아래 익지만 뉴문 실렉시온의 수확은 밤에 이루어진다. 모나스트렐의 풍성한 과실감에 카베르네 소비뇽과 쁘띠 베르도의 구조감이 더해지고, 와인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8개월을 보낸다. 병의 달 그림을 바라보면 서늘한 밤 포도밭에서 일했을 재배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유기농 와인이라면 모두 비건일까? 유기농 재배를 한 와인일지라도 와인을 맑게 하는 과정에서 젤라틴 같은 동물성 청징제가 쓰일 수 있어 판단하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유기농과 비건을 각각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이 와인을 고를 때 필자가 눈여겨본 것은 병의 V-Label 'VEGAN' 마크다. V-Label은 비건 제품을 평가할 때 재료뿐 아니라 청징제와 같은 제조 보조제도 살핀다고 설명한다.

소비자에게 이 마크는 잔에 담긴 맛과 더불어, 그 와인이 만들어진 과정까지 생각해 볼 단서가 된다. 다만 V-Label에는 베지테리언 표시도 있으므로, 매장에서는 마크 아래의 'VEGAN' 문구를 확인하자.

◆ 와이너리 이야기: 보데가스 BSI(Bodegas San Isidro)

BSI의 시작은 1934년이다. 후미야의 포도 재배자들이 힘을 모아 세운 협동조합은 오늘날 400명이 넘는 조합원과 함께하는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후미야 원산지 명칭이 제정된 1966년 이후 지역의 주요 와인 생산자로 자리해 왔다. 한 병의 와인 뒤에 여러 가족이 일구어 온 포도밭이 있는 셈이다.

BSI가 자리한 후미야는 오래된 와인 산지다. 겨울에는 서리가 내리고, 건조한 여름에는 기온이 40℃까지 오르기도 한다. 석회질 토양의 포도밭 상당수는 비에 의지해 자란다.

BSI는 후미야 일대 3,500헥타르가 넘는 포도밭을 바탕으로 와인을 생산하며, 그중 많은 밭을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고 수확량을 낮게 관리한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모나스트렐은 BSI가 오랫동안 지켜 온 품종이기도 하다.

◆ 테이스팅 노트 (Tasting Notes)

-외관 (Appearance): 깊고 매혹적인 루비 림을 바탕으로 태양의 열기를 머금은 짙은 체리 빛 응집도가 잔 안에서 영롱하게 피어오른다.

-향 (Nose): 잘 익은 블랙베리, 다크 체리 등의 농축된 검은 과실 아로마가 중심을 잡으며, 뒤이어 이국적인 스파이스와 은은한 오크 우드의 뉘앙스가 복합미를 더한다.

-맛 (Palate): 입안을 묵직하게 채우는 풀바디의 풍성한 과실미와 함께 오랜 시간 숙성된 듯 탄탄하면서도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뛰어난 구조감을 선사한다.

-결론 (Conclusion): 스페인 후미야 떼루아의 진수를 담아낸 농익은 과실의 매력에 밤 수확의 섬세한 신선함이 더해진다.

비건 두부 버섯 스테이크/본 이미지는 기사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비건 두부 버섯 스테이크/본 이미지는 기사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 푸드 페어링 (Food Pairing)

/비건 두부 버섯 스테이크

- 일반 페어링: 스테이크, 양갈비, 숙성 치즈

- 비건 페어링: 두부 스테이크, 두부 감자구이

- 혼술 페어링: 살라미와 그린올리브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

"바쁜 일상에 잊고 살았던 진짜 나처럼, 오랜 시련을 견뎌낸 포도 역시 잔 끝에 닿아서야 비로소 가장 나다운 숨결을 풀어낸다."

현 한국와인소비자협회(KWCA) 회장으로, 경희대학교에서 와인소믈리에학 석사와 조리외식경영학 박사를 수료했다. 전 와인바, 전문 와인숍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 관점에서 와인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 니즈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비건 와인 및 와인 소비자 행동과 관련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으며, 국내 주요 와인 품평회와 와인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와인 칼럼니스트이자 협회장으로서 올바른 와인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교육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생산자·유통자·소비자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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