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 한일 경제전쟁
한국 사법부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핵심 부품 수출규제로 맞받아치며 경제 국지전을 도발했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국가간 무역전쟁의 결과는 ‘루즈-루즈(lose)’라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자발적 민간대응의 역할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사법부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핵심 부품 수출규제로 맞받아치며 경제 국지전을 도발했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국가간 무역전쟁의 결과는 ‘루즈-루즈(lose)’라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자발적 민간대응의 역할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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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을 강제로 끌고가 노역을 시킨 일본 기업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후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급기야 경제 제재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춘식씨 등 4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각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소송 제기 13년여 만에 내려진 대법원 판단이었다. ◇ 한국 "대법원 판결 존중" vs 일본 "중재위 설치"…좁혀지지 않는 입장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며 일본 주재 한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일본 측은 지난 1월 한일 청구권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를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일본 정부는 지난 5월20일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청했다. 중재위 개
일본이 침략전쟁을 위해 벌인 강제징용·근로정신대·일본군 위안부 사건의 법적 쟁점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때 맺어진 한·일 청구권 협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서 근로정신대는 일본 유학을 시켜준다는 등 거짓말에 속아 일본 전쟁산업에 징용된 피해자들이다. 성 착취를 당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성격이 다르고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 제3항에는 "본 협정의 서명일에 타방체약국의 관할 하에 있는 것에 대한 조치와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타방체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고 적혀있다. 일본과 전범기업들은 이 협정을 근거로 우리 국민들에 대한 전후 배상은 이미 끝난 문제라고 주장했다. 협정으로 인해 개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모두 소멸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관여한 반(反)
국가들 사이에 맺는 '조약'을 통해, 국민의 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을까.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위자료청구소송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그렇다'고 판단했다. 김소영,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이 제시한 별개의견을 통해서다. 앞서 지난해 내려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핵심 쟁점은 한일 양국이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1965년 6월 22일 맺은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하 청구권협정)에서, 대한민국 국가가 아닌 개별 '국민'이 갖는 손해배상청구권 역시 청구권협정의 규율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청구권협정은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으로서 본 협정의 서명일에 타방체약국의 관할하에 있는 것에 대한 조치와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타방체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경제 제재를 발동하면서 여행업계 등도 덩달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일부 일본 관광·상품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한일 양쪽 모두 탈(脫) 정치적 성향이 강한 20~30대 관광객 비중이 커지면서 당분간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2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대비 5.6% 늘어난 753만8997명이다. 2000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 4월까지도 264만 7400명이 일본을 방문했다. 전년대비 4.4% 감소한 수준이지만, 이는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한국에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역시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94만8527명의 일본인이 한국을 찾았다. 전년대비 27.6% 가량 늘었다. 올 5월 한 달 기간 동안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전년동월대비 26% 증가한 28만6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은 대체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과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나뉜다. 1944년 9~10월 일본 히로시마 구(舊) 미쓰비시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한 고(故) 박창환 할아버지 등 6명은 강제노역을 하며 지급받지 못한 임금과 손해배상금 각 1억100만원을 배상해달라며 2000년 5월 부산지법에 소송을 냈다. 피해자들이 모두 고령이라는 점에서 시간이 촉박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더뎠다. 1심 재판부는 2007년 2월 "불법행위가 있던 날로부터는 물론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1965년부터 따지더라도 이미 10년이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듬해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뒤늦게 대법원이 2012년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며 원심을 서울·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승소 가능성이 열렸다. 당시 대법원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강국으로 자부하던 한국이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라는 불확실성에 맞닥뜨렸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과정에서 핵심 소재·부품을 일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 됐는데 타격을 입을 위기에 처했다. 수입선 다변화 같은 단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려 대(對)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재·부품 수출은 3162억달러로 총 수출(6055억달러)의 52.2%를 차지했다. 무역수지는 1391억달러 흑자를 냈는데 전체 무역흑자(705억달러)의 약 2배를 기록했다. 2001년 소재·부품 수출액이 620억달러, 무역흑자가 27억달러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7년 만에 수출은 5배, 무역흑자는 51배 늘었다. 정부가 양적 팽창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정작 질적 향상은 갈 길이 멀다. 정부는 2001년 소재·부품특별법 제정 이후 지금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가 '한·일 무역전쟁'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처럼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전문가들은 외교 채널을 통해 갈등을 푸는 동시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에 의존해 오던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당장의 경제적 피해보다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정치적 문제로 이번 사태가 촉발된 만큼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한다면 일본이 한국산 제품 수입을 줄이는 등 다른 쪽으로 전선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반도체 경기 부진 등으로 어느 정도 재고 물량이 확보돼 있고, 업계에서도 대비 노력을 해 왔기에 이번 조치의 단기적 파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지만 사태 장기화 가능성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수출을 규제하며 한일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었지만 금융에 미칠 파장은 당장 크지 않다. 부산 소녀상 설치를 둘러싸고 한일관계가 경색된 후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은 중단됐고, 양국간 재무장관회의도 2016년 8월을 끝으로 열리지 못했다. 일본이 양국간 경제외교 측면에서 사용할 카드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00억달러(약 81조7320억원) 규모까지 확장됐으나 2015년 2월 전면 종료된 후 현재까지 체결되지 않았다. 통화스와프란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할 수 있는 협정이다. 한국은 현재 중국(540억달러)과 CMIM(384억달러), 스위스(106억달러), 호주(사전한도 없음), 인도네시아(100억달러) 등과 체결 중이다. 한도 내에서 고정된 환율로 외환을 교환할 수 있어 외화 안전판으로 불린다. 한일 양국은 2016년 8월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통화스와프 재개를 제안하면서 협상장에 앉
일본의 경제보복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는 대(對)일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구조의 약점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소재·부품 R&D(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01년 제정된 소재·부품특별법에 기반한 제4차 소재·부품발전기본계획에 따라 산업부는 2017년부터 소재·부품산업의 R&D→인프라→공정→트렉레코드 확보 및 해외진출까지 전 주기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파워반도체 기술, OLED 엔진기술 등 미래 첨단 신소재·부품 100대 유망기술을 2025년까지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범부처 프로젝트를 통해 혁신성 소재 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초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소재·부품 인프라 개선을 위해 연구기관을 금속, 화학, 섬유, 세라믹·전자, 기계·자동차 등 5개 융합 얼라이언스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놓고 한국에 경제보복이라는 초유의 강수를 꺼냈다. 반도체와 TV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3품목에 대해 한국만 콕 집어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지난 1일 발표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난지 이틀 뒤 작정한 듯 보복카드를 꺼냈을까? 2일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보복조치는 이미 지난 5월 최종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내각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일본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아베 총리와 측근이 이를 밀어부쳤다고도 설명했다. 이밖에 한국인 비자 제한 등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사전에 결정해놓고도 7월까지 발표를 미룬 것에 대해 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G20 정상회의까지 만족하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한일)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 역시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간 신뢰관계로 행해온 조
일본이 한국을 겨냥한 '반도체 핵심 재료 수출 제한 조치'를 둔 것에 외신도 주목하면서 일본은 물론 전세계에 전자제품 공급망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한국이 자체 공급망을 갖추거나 외부 공급망을 확보할 경우, 일본에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일본 내의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TV 디스플레이 핵심재료 3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4일부터 단행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미국과 한국 등 27개국을 수출 허가 취득절차 면제국인 '화이트 국가'로 지정했지만 8월부터는 한국만 제외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경우 일본 기업이 한국에 수출하고자 할 때 정부로부터 별도 허가 신청 및 심사를 받게되는데 평균 90일(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아츠시 오사나이 일본 와세다 경영대학원 교수는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의 제조업 분야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이번 제재는 일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화학물질이 수백종인데 그걸 전부 세계 최고 품질로 국산화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발표 여진이 이어진 2일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어려움을 꼬집은 얘기였다. 그는 "일단 화학물질의 종류에서부터 몇몇 업체만으로 커버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며 "꾸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급소를 찔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지금이라도 소재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정부와 대·중소기업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이에 대한 경고가 지속됐지만 산업구조와 인력 등을 핑계로 외면해온 결과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2017년 추정,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업계의 소재 국산화율은 50.3%에 그친다. 업체별 기술유출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