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끝나지 않은 '일제 만행' 손해배상…법적 쟁점은

[MT리포트]끝나지 않은 '일제 만행' 손해배상…법적 쟁점은

김종훈 기자
2019.07.02 13:27

[the L] "한일 청구권 협정 불구하고 개인 청구권 아직 유효" 전합 판결 이후 전범기업들 '소멸시효' 걸고 넘어져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울산대공원 동문 앞에 설치된 울산강제징용노동자상./ 사진=뉴스1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울산대공원 동문 앞에 설치된 울산강제징용노동자상./ 사진=뉴스1

일본이 침략전쟁을 위해 벌인 강제징용·근로정신대·일본군 위안부 사건의 법적 쟁점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때 맺어진 한·일 청구권 협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서 근로정신대는 일본 유학을 시켜준다는 등 거짓말에 속아 일본 전쟁산업에 징용된 피해자들이다. 성 착취를 당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성격이 다르고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 제3항에는 "본 협정의 서명일에 타방체약국의 관할 하에 있는 것에 대한 조치와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타방체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고 적혀있다. 일본과 전범기업들은 이 협정을 근거로 우리 국민들에 대한 전후 배상은 이미 끝난 문제라고 주장했다. 협정으로 인해 개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모두 소멸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관여한 반(反)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개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전범기업 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강제징용 피해자인 여운택씨 등이 이 같이 주장하며 1997년 일본 법원에 임금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2003년 패소를 확정받았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05년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고, 2012년 5월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었다"며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일본 법원이 피해자들에게 패소 판결한 점에 대해서는 "일본 재판소의 판결은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판결을 재확인했지만 일본과 전범기업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을 지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법정에서 '소멸시효'를 문제삼고 있다.

민법상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으로부터 손해를 당한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간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소멸한다. 어느 시점부터 이 3년을 셀 것인지가 쟁점인데, 전범기업들은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던 2012년 5월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2015년 5월까지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더 이상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 이 인원은 많게는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피해자들은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지난해 10월이 기준으로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다뤄지지 못했다. 민사소송은 소송 당사자들이 쟁점으로 내세우지 않은 내용에 대해 재판부가 먼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전원합의체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건에서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포괄적으로 모두 소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1993년이 돼서야 고노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했다. 따라서 1965년 청구권 협정에 이미 이 문제가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일본은 2015년 12월 맺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배상을 끝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정부가 피해자들과 협의하지 않고 멋대로 맺은 합의는 무효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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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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