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바이오 강국, 과제는② 중소 규모 바이오텍 연구개발 자금난에 '허우적'

국내 바이오 산업은 그동안 신약을 연구하는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1,596,000원 ▲17,000 +1.08%)와 셀트리온(205,500원 ▲1,500 +0.74%) 등 소수 대기업이 주도했다. 올해는 소수 대기업이 아닌 다양한 바이오텍이 잇따라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하며 K-바이오 성장을 견인했다. 바이오 대기업과 신약 개발 기업의 '쌍끌이'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수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올해도 꾸준한 수주로 성장을 이어가며 최고 실적을 또 한 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다수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며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역시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엔 바이오텍의 활약도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못지않다. 알테오젠(374,000원 ▲7,500 +2.05%)은 전 세계 매출액 1위 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 신약 '키트루다SC' 개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 강자로 우뚝 섰다. 앞으로 의약품 특허 절벽을 마주할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SC 제형 변경 파트너로 알테오젠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알테오젠은 어느새 시가총액 30조원 수준의 대형 바이오텍으로 성장했다.
에이비엘바이오(186,400원 ▼3,300 -1.74%)는 K-바이오 기술수출 대표주자로 손색없다. 올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일라이릴리와 두 건의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각각 4조원대, 3조원대 규모의 초대형 플랫폼 기술수출 거래로 주목받았다. 올릭스(185,900원 ▼17,100 -8.42%) 역시 일라이릴리와 대규모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올해 올릭스 주가는 연초 저점 대비 10배 이상 오르며 '텐베거' 종목으로 시장의 환호를 받았다.
올해 국내 주요 바이오텍의 대형 기술수출 성과는 K-바이오의 글로벌 위상을 높인 쾌거라 평가할 만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토종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의 탄생이다.
바이오 산업 현장에선 K-블록버스터의 탄생을 위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신약 개발의 특성을 고려한 정부의 지원책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유동성 공급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기술 협력 확대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 강화, 인수합병(M&A) 활성화 △개별 기업의 연구 혁신을 통한 강력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및 플랫폼 개발 등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우세하다.
K-바이오 성장의 이면도 살펴야 한다. 여전히 연구개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 규모 바이오텍이 많다. 특히 신약을 연구하는 바이오 벤처기업 사이에선 임상 1~2상을 수행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크단 호소가 잇따른다. 바이오텍의 임상 1상 또는 2상 단계 파이프라인이 자금이 없어 개발이 중단되면 그동안 투입한 자본과 누적된 기술의 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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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옥 진메디신 대표는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이나 임상 3상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막상 많은 바이오텍이 임상 1~2상 자금을 투자받지 못해 성장의 기회를 잃고 좌절하고 있다"며 "정부가 바이오텍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이미 초기 임상 단계까지 진입한 기업이 실제 임상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약가 인상과 의약품 관세 부과 예고 등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도 K-바이오 성장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우리 정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 간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의약품 분야에 대해 최혜국 대우(MFN)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져 국내 기업 전반의 부담은 다소 낮아진 국면이다.
이와 관련 이준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바이오의료팀 과장은 "의약품 수출은 2024년 96억달러(약 14조1500억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처음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며 "특히 위탁제조(CMO), 바이오의약품에 더해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을 접목한 신제품이 K-바이오 수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발 의약품 관세 부과가 리스크(위험)로 작용할 수 있는데,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한 일부 품목에 대한 무관세 여부 등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공개될 의약품 관세 관련 내용을 점검하며 국내 산업계에 전파하고 대응책 마련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