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바이오 강국, 과제는④ 신약 플랫폼 강자 3인 대표이사 합동 인터뷰下

K-바이오의 약점으로 '속도'가 꼽힌다. 기술 잠재력은 충분히 증명했지만, 상업화라는 열매를 맺기 위한 속도 경쟁에선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머니투데이 합동 인터뷰에 참여한 신약 플랫폼 기업 대표이사 3인(이동기 올릭스(186,200원 ▼16,800 -8.28%) 대표, 이희용 지투지바이오(102,000원 ▲6,400 +6.69%) 대표,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60,900원 ▼500 -0.81%) 대표)은 특히 K-바이오가 속도에서 밀리는 이유로 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와 자본 규모의 구조적 한계를 꼽았다.
바이오 산업 현장에서 요청하는 제도 개선의 대표적 사례가 상장회사에 적용하는 법인세 차감전 손실(법차손) 기준이다. 코스닥 상장회사는 연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이거나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 50% 초과가 3년간 2회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은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하는데,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매출액 요건을 5년, 법차손 요건을 3년간 유예받는다. 하지만 이 역시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술력으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이 재무 요건을 맞추기 위해 정작 기술 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는 지금의 환경은 문제가 있다는 게 바이오 산업 현장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법차손 요건 때문에 확보한 자금조차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입하지 못하는 '역설적 제약'이 발생한다고 토로한다.
이동기 대표는 "신약 개발은 장기적 적자를 감수하며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손실 기준 때문에 확보한 자금을 적극적으로 연구에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바이오는 장기적이고 고위험·고성과 구조를 지닌 산업인데, 이를 반영하지 못한 지금의 법차손 같은 제도가 유망 바이오 기업의 조기 퇴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수준의 시가총액과 유동성 요건만 충족하면 상장 유지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미국 나스닥 시장처럼 제도적 유연성을 통해 기술 중심 바이오 기업들이 단기 손익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기관의 긴 승인 검토 기간이 국산 신약 개발 활성화의 걸림돌이란 평가도 나온다.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위한 시험계획(IND) 승인 과정이 엄격하고 기간이 길수록 가뜩이나 영세한 바이오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희용 대표는 "신약은 개발 일정이 조금만 늦어져도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데 엄격한 규제 및 오랜 검토 기간에 임상이 지연되거나 시작조차 할 수 없을 때도 많다"며 "국내도 유연성·신속성을 갖추고 다른 국가 규제기관의 허가상황 및 데이터를 적극 반영해 규제와 검토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신약 개발은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도 중요한 만큼, 제도적 차원에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또는 위탁생산업체(CMO)와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을 연결하는 방법도 국산 신약 기술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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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의 또 다른 약점으로 영세한 투자 규모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국산 신약 기술이전의 명암에도 잘 드러난다. 국산 바이오 기술수출이 플랫폼 기술 주도로 이뤄지는 배경엔 우수한 기술력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지만, 신약 개발을 자력으로 수행할 정도의 체급을 갖추지 못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바이오 분야 벤처캐피털(VC) 투자 금액은 1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기 등 전체 헬스케어를 포함한 수치인 만큼, 실제 신약 개발사에 투입된 금액은 더 적다. 같은 기간 미국 바이오 시장이 VC로부터 26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과 비교된다.
차상훈 대표는 "통상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주요 바이오 기업에 투자되는 자금은 국내 바이오벤처가 받는 자금의 5~10배 수준"이라며 "국내 기업의 신약 기술 경쟁력이 아이디어 측면에선 동일하다 하더라도 투자된 자금 규모가 월등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질적 연구 역량과 연구 데이터의 정교함, 개발 속도 측면에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플랫폼 기술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실패하면 결과물이 0인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기업보다 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게 더 적합할 수도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들은 미국이나 영국의 주요 대학 연구진과 함께 도전적인 과제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공동으로 연구하는데, 이 같은 전략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희용 대표는 "신약개발 과정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국내 투자 현실은 열악해 많은 신약 개발회사가 임상 3상까지 연구를 진행할 자금이 없어 기술이전을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이전이 결과적으로 국내 기술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인 만큼, 신약 개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규제기관 및 산학연이 협력해 효율적인 신약 개발 주기로 품목허가까지 성공하는 것이 자립심을 키우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