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대출사다리
'잔인한 금융'의 공범이라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용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포용금융'을 제도화할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왜 대출이 절박한 사람이 더 비싼 이자를 내는가'라는 대통령의 도발적 질문은 이제 금융의 ABC도 모르는 헛소리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의 신용평가시스템과 대출시장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짚어본다.
'잔인한 금융'의 공범이라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용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포용금융'을 제도화할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왜 대출이 절박한 사람이 더 비싼 이자를 내는가'라는 대통령의 도발적 질문은 이제 금융의 ABC도 모르는 헛소리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의 신용평가시스템과 대출시장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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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의 신용대출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독일 슈파르카세와 일본 지방은행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차주 신용점수와 담보물만 보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관계 등도 고려해 대출을 내주는 시스템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 신용평가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같은 신용평가 모델을 써도 독일 슈파르카세나 일본 지방은행은 다른 결과를 낸다. 그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자본의 성격과 운동장의 기울기에서 온다"고 적었다. 슈파르카세는 독일어로 '저축은행'을 뜻하는데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공공 성격의 금융기관이다.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예금을 받고, 해당 지역 주민과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 대부분 슈파르카세 소유주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다. 소유와 책무가 지역에 묶여 있으니 단기 수익성만 쫓아 영업하지 않는다. 일본 지방은행도 관계형 금융을 기반으로 한다. 일본 지방은행은 대출을 내주려고 하는 회사가 지역에서 어떤 거래 관계를 갖는지, 대표자가 어떤 사람인지, 현금 흐름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중신용자가 비어버린 신용대출 시장의 보완에 나섰지만 정작 저신용자 대책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민간 시장에서 저신용자를 받아줘야 할 대부업이 무너지면서 불법 사금융으로의 유입 위험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과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이나 카드·캐피탈 등 2금융권은 신용점수 700점 미만의 최저신용자들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700~800점대 구간 고객 비중이 과반이며 여신전문금융사도 700~900점대 비중이 약 70%다. 최저신용자를 흡수하는 업권은 대부업이다. 대부업 이용 고객 중 신용점수 600점 미만 비중은 약 55%다. 700점 미만 고객까지 합치면 비중은 70%까지 커진다. 정작 대부업권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최고금리는 연 20%로 제한됐지만 대부업의 조달 비용과 고객 신용 리스크를 따지면 역마진이 나는 구조다. 대부업계는 수익이 나지 않는 신용대출은 포기하고 안전한 담보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의 민간중금리 대출이 1년 새 1조원가량 사라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도넛과 같다'며 휑하게 뚫긴 신용대출 시장을 지적했지만 서민을 위한다는 저축은행은 금리 단층을 잇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저축은행 업계가 취급한 민간중금리 대출 규모는 1조7235억원이다. 전년 동기(2조7467억원) 대비 1조232억원 감소했다. 중금리 대출 건수와 평균 액수도 줄었다. 지난 1분기 민간중금리 대출 건수는 15만5129건으로 전년 동기(18만652건) 대비 2만5523건 감소했다. 건당 평균 취급액은 같은 기간 1520만원에서 1111만원으로 409만원 줄었다. 중금리 대출은 대출 시장의 금리 단층을 해소하고 중신용자 대상의 자금 공급을 담당한다. 현재 저축은행은 연 16. 51% 금리 이하로 대출을 내주면 중금리 상품으로 인정된다. 김 실장은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의 신용대출 시장을 '가운데만 휑하게 뚫린 커다란 도넛', '중간 계단이 통째로 빠져버린 끊어진 사다리' 등으로 비유하며 "정작 가장 많은 사람이 머물러야 할 허리춤은 외면당한 채 방치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출범 10년을 맞은 인터넷은행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역할론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기존 금융권이 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이 당초 설립 취지인데,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단 질타다. 다만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는 데다 메기로서의 역할을 한 부분을 인정해달란 입장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인뱅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0%를 넘어서 당국의 규제를 충족한다. 하지만 인뱅들이 처음부터 설립 인가를 받을 당시 약속했던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중저신용자들에게 금융을 공급해 왔던 것은 아니다. 대출의 90% 이상이 보증부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과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됐고 특히 사잇돌대출 공급액의 66%는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 차주에게 돌아갔다.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층의 비중도 시중은행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다.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김용범 정책실장) 지난 4일 김용범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서 비판한 '서민금융기관'은 사실상 상호금융권을 겨냥한 것이다. 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이 실장이 언급한대로 '비과세 혜택과 지원'을 받고 '서로 아는 관계'인 관계형 금융을 하도록 설계된 금융회사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동떨어졌다. 중금리 신용대출은 지난해 1조원이 채 되지 않았으며 은행보다 고신용자 대출쏠림이 더 심각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대출 비중은 23. 7%로 지난 10년간 5배 불어나 '정체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호금융권의 지난해 총자산은 1072조원으로 10년 전 530조원 대비 2배로 급성장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전체 총자산 944조원을 넘어선 규모이며 KB금융지주(722조원)도 추월했다. 특히 상호금융권 중 농협(563조원)의 총자산은 NH농협금융지주(523조원)보다 많고, 심지어 우리금융지주(527조원)보다 덩치가 더 크다.
금융회사들이 중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요구하는 배경으로 '낡은 신용평가 모델'이 꼽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냐"며 신용평가 모델의 전면적인 개혁을 역설했다. 납세 정보나 온라인 쇼핑몰 소비 등의 비금융 정보를 이용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로 이같은 금리절벽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금융 현장에서는 정작 정부가 공공정보 공유에 '칸막이'를 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규제도 신용평가 모델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저신용자의 '금리 절벽'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신용평가 방식의 대전환이 선행돼야 하다. 현행 신용평가 모델은 '과거의 대출 상환 이력'에 집중돼 있어서다. 금융회사들은 과거에 얼만큼 빚을 잘 갚았냐는 '성실 상환' 정보만을 기반으로 대출 가능 여부나 대출금를 산정한다. 다만 은행들이 '낡은 신용평가' 모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김 실장이 사례로 언급했던 납세나 소비 등의 비금융 대안정보를 충분히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1등급, 상위등급만 대출취급하고 나머지는 전부 대부업·사채업자를 이용하게 만들었다. 포용금융을 얼만큼 실현했는지 평가해서 불이익, 이익을 주는 방법은 없는가"(지난 6일 국무회의 중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회사의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영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포용금융 실적 종합평가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포용금융 점수가 낮은 은행에는 페널티(불이익)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저신용자 대상 신규 중금리대출이 대폭 축소됐으며 고신용자와 중신용자 대출금리는 2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적한 '끊어진 사다리'가 장기간 고착화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신용평점 상위 50% 이상의 고신용자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연 4. 9~5. 1%였다. 반면 하위 20~50%의 중신용자 대출금리는 연 10. 8%까지 올라갔다. 중신용인 경우에도 신용점수 어느 구간에 있느냐에 따라 대출금리가 연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