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끊어진 대출사다리 ②'대안정보' 빠진 대안신용평가

금융회사들이 중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요구하는 배경으로 '낡은 신용평가 모델'이 꼽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냐"며 신용평가 모델의 전면적인 개혁을 역설했다. 납세 정보나 온라인 쇼핑몰 소비 등의 비금융 정보를 이용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로 이같은 금리절벽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금융 현장에서는 정작 정부가 공공정보 공유에 '칸막이'를 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규제도 신용평가 모델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저신용자의 '금리 절벽'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신용평가 방식의 대전환이 선행돼야 하다. 현행 신용평가 모델은 '과거의 대출 상환 이력'에 집중돼 있어서다. 금융회사들은 과거에 얼만큼 빚을 잘 갚았냐는 '성실 상환' 정보만을 기반으로 대출 가능 여부나 대출금를 산정한다.
다만 은행들이 '낡은 신용평가' 모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김 실장이 사례로 언급했던 납세나 소비 등의 비금융 대안정보를 충분히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현재 금융사는 대출 정보나 카드 정보 등을 신용정보원에 공유하고 신정원은 해당 정보를 금융사 등에 공급한다. 신용평가 모형이 연체 여부와 카드 이력 등 기존의 금융 이력을 중심으로만 구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납세, 소액결제, 통신, 사업자, 상권, 플랫폼 활동 등 비금융 정보는 각 기업이나 공공기관, 플랫폼사 등에 산재돼 있다. 해당 정보를 토대로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개별 기업이나 기관을 접촉해야 해 한계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등 규제의 완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가명정보 결합 절차를 가속화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은행이 비금융 데이터를 자사의 금융 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모형을 만들려면 데이터를 가명처리하는 방법이 적절한지 금융결제원 등 데이터전문기관의 '적정성 평가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은행들에 따르면 심사는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소요된다. 또 데이터를 결합하고 파기할 때까지의 모든 증빙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도 필요하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반대가 많은 상황이다. 실제 2017년 정부가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비식별화조치를 한 개인정보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내놨으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1개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나서면서 가이드라인은 형해화됐다. 당시 카카오뱅크가 비식별화조치한 개인정보를 평가모형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이 실장은 "기술이 없어서 안 쓰는 게 아니다. 기존 방식으로도 충분히 수익이 나니 절실하지 않은 것뿐이다. 특히 인터넷은행들에게 이 숙제를 엄중히 맡겨야 한다"고 비판했지만 실제로는 인터넷은행들이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반대의 벽을 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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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대안 신용평가 모델이 '금리 절벽'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꿀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금융회사가 빚 떼일 위험을 막기 위해 신용평가 모델을 정교화 할수록 결국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의 대출 거절의 명분만 커진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랜 세월 정착된 신용평가모형을 건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은행에 횡재세를 거둬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저신용자 금융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