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보유지분 만큼만 경영권 행사해야한다?

[기고]보유지분 만큼만 경영권 행사해야한다?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
2012.07.18 13:13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소유지배 괴리 현황을 발표했다.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비판 받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었다.

10대 그룹 지배주주의 직접지분은 0.94%이고, 친족, 임원, 계열사 등을 통한 내부지분율은 55.7%라고 한다. 법률상 주주총회에서 직접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정확히 말하면 투자지분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로 거론되는 것이다.

이 영향력은 경영권의 기초다. 헌법재판소는 '회사지배권이란 특정한 주주가 보유하는, 이사의 선임을 통하여 경영진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또는 주주총회에서의 직접결의에 의하여 회사의 기본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고 해서 경영권의 사회, 조직역학적 성격을 지적하고 있다.

지분보다 큰 영향력은 회사조직 내 위계질서의 본질적 부분이다. 즉, 경영권은 투자지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조직규칙에서 나오는 것이다. 1%의 지분을 가진 경영자가 경영권의 1%만을 행사한다면 회사의 경영은 불가능할 것이다.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의 경영권 행사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분과 경영권의 상관관계는 지분을 많이 가진 사람이 경영자가 되는데 유리하고 지분을 많이 가진 사람이 경영자의 지위에서 회사 안팎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 뿐이다. 어떤 이유로든 경영권을 장악하게 되면 개인으로서 소유하는 주식이 아니라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총체적 물적, 인적 역량에 의해 그 파워가 결정된다.

여기서 말하는 '어떤 이유' 중 가장 강력한 이유는 창업자라는 이유다. 순환출자도 경영권을 가진 사람이 회사의 역량을 활용한 결과로 발생한다. 즉, 재벌 총수가 아니라 전문경영자도 같은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통상 전문경영자가 경영하는 회사가 순환출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임기가 정해져 있고 임기를 떠나서는 회사와 재산적 이해관계가 없는 입장에서 그럴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구에서와 같이 사실상 임기가 없는 전문경영자의 시대가 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왜 미국 GE의 잭 웰치 회장은 지분도 거의 없이 경영전권을 행사하는 제왕적 위치에 있어도 비판 받지 않는데 우리나라 재벌 회장들은 지분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제경영이라고 비판 받는가?"라는 질문을 참모들에게 던져서 모두 답을 찾느라 바쁘게 한 일화를 남겼다.

차이는 간단하다. 최고경영자가 경영권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목적에 사용하는가에 있다. 여기에는 최고경영자가 경영권을 가지게 된 경로, 회사 안팎의 정치사회적 역학관계가 영향을 미치며 사회 전체의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차이가 아닌 사회의 차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경영자가 지분에 완전하게 비례해 경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의 근저에는 정치적, 경제적 민주주의 이념과 기업의 조직원리에 대한 혼동이 깔려있다. 순환출자와 재벌 총수들의 내부지분율에 여론이 비판적으로 관심을 가질수록 풋내기 창업자에서 재벌 총수에 이르기까지 모두 직접 지분 늘리기에 힘을 쏟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지분의 증가는 개인 차원에서는 투자집중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주주경영자들이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이나 주식대차거래 같은 불투명한 방법을 사용한 헷징에 집착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역설적이지만 순환출자는 그래도 투명한 방식이다. 유상증자를 따라가기 위한 재원마련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무리수도 나온다. 이제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보다는 사회적 책임, 동반성장, 공정거래 이념을 존중하는 기업의 행동에 관심을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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