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겨울 서울·경기 지역 수돗물에서 발생한 비릿한 흙냄새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금년에도 7월 초부터 한강에 번지기 시작한 녹조가 일부 호사가들의 침소봉대(針小棒大)로 우리 국민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키웠다.
사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은 녹색 강물과 배를 뒤집은 채로 죽어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른 물고기를 TV로 보고 있노라면 당장 우리집 수돗물이 불안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평생 물을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녹조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우리 사회에 이렇듯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까웠다.
일반적으로 물속의 과다한 조류는 정수처리의 효율성을 저하시킴은 물론 악취를 발생시킨다. 최근 북한강수계 남조류 발생에서 문제가 된 지오스민(Geosmin)은 흙냄새가 나는 물질로 조류 발생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다. 하지만 좋지 않은 냄새가 날뿐 건강에는 무해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수장에서 염소처리과정 전환, 분말활성탄 투입 등을 통해 이러한 냄새 물질도 기준치 이내로 처리가 가능하다.
팔당과 낙동강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독소 물질 중의 하나인 마이크로시스틴도 일반 정수과정 중 염소처리를 거치는 동안 거의 완벽하게 제거된다. 극소량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후속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남김없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이번에 원수에서 발견된 독소 물질의 양 자체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 국민들이 불안에 떨며 수돗물을 기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수돗물의 근거 없는 불안요소를 확대 해석하거나 누구의 탓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녹조 발생의 구체적 원인은 무엇인지, 향후 조류 발생 최소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구체적이고, 분명한 해답은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실천에 옮기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최근 10년간 강수량은 1283mm로 예전과 비해 거의 변함이 없다. 반면 1일 100mm 이상의 집중 호우가 단기간에 1.7배나 급증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갈수기 하천의 유량이 매우 적게 흐르고 있다. 1년 내 한반도에 내리는 비의 양은 변함이 없는데 특정 기간에 모두 쏟아져 버리니 이를 제외한 평상시에는 물이 부족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기온 상승, 기록적인 폭염 등이 반복되면서 우리 강에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마련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따라서 앞으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근과 같은 조류 발생 사태가 더욱 빈번하게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조류 발생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강물 속 인(P)의 양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조류 발생에 대한 인의 최소기준치(Critical level)가 매우 낮아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의 하·폐수처리장은 물론, 축산분뇨, 비점오염 등의 부하를 상당량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시설 보완 및 확충을 위한 재정적 부담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이를 단기간에 모두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강물 생태계 전반을 치유하는 일은 차분하고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보다 안정적인 정수처리를 위해서는 오존(Ozone) 및 입상활성탄(Pellet carbon) 처리과정을 통해 냄새 및 맛 물질 등 유해물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거 할 수 있는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이 필요하다.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을 위해서는 많은 재정 투입이 필요한 만큼 재정당국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도입 의지와 국민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더해 현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 언론이 등 각계 지식들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업무를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감독하는 것은 이들의 당연한 사명이겠으나, 자칫 자세한 설명 없는 날선 정보들이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더 고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