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취업준비생 울리는 'A매치데이'

[기자수첩]취업준비생 울리는 'A매치데이'

오정은 기자
2012.10.19 07:10

3년째 금융 공기업 취업을 준비해 온 K대 졸업반 김모 군(27)은 오는 20일 신입사원 공채 필기시험을 앞두고 아직 응시할 곳을 정하지 못한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명 'A매치데이'로 불리는 이날 김 군이 서류전형에 합격한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의 필기시험이 겹친 때문이다. 올해 꼭 합격할 만한 곳을 골라내기가 그로서는 간단치 않다는 표정이다.

'A매치데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취업난이 극심해지자 만들어진 용어로, 금융 공기업 필기시험이 몰린 날을 지칭한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KDB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이나 회사들은 취업 준비생이 필기시험에 중복 응시할 수 없도록 시험일을 맞춰 왔다.

 

올해 'A매치데이'는 그야말로 '빅 매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과 금감원, 정책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서울보증보험(오후) 등 이날 필기시험을 치르는 곳이 역대 최대 규모다.

 

취업 준비생들은 응시 기회 제한이 너무 가혹하다며 볼멘 목소리를 한다. 금융 공기업에 도전하는 한 대학생은 "'A매치데이'의 필기시험에 불합격하면 1년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며 "면접일이 겹치는 건 어쩔 수 없더라도 최소한 필기시험은 여러 곳을 볼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은에 지원하는 한 학생도 "기관별로 시험 과목이 다른데 굳이 같은 날 시험을 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기관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A매치데이'에 이름을 올린 한국거래소 인사담당자는 "실력이 뛰어난 지망생은 여러 곳에 동시에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시험일을 같은 날짜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장외' 신경전은 금융 공기업의 인기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겠지만 모양새는 썩 좋지 않다. 금융 공기업이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터라, 우수한 인재들이 안정성에만 집착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법은 있다. 금융 공기업이 인재를 찾아 나서야 할 정도로 다른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넉넉해지면 된다. 그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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