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악기를 배우면 좋은 점들

[기고]악기를 배우면 좋은 점들

김재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
2012.11.08 06:21

하나. LA한국문화원장 근무를 마치고 지난 8월에 예술정책관으로 보임을 받아 근무를 시작하면서 3년여 기간의 공백을 크게 느꼈다.

그러던 중 부내에 장구동호회가 매주 2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에 없던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민 한사람이 최소 하나의 악기연주와 하나의 스포츠를 즐기자는 ‘1인2기’ 운동을 장관께서 역점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우선 문화부 직원들부터라도 실천을 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예술정책관실 직원들 40여명중 3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회원가입을 하고 첫 연습에 나섰다.

2달 가까이 연습을 해 온 직원들 틈에 섞여 난생 처음으로 잡아 본 장구였지만 새로운 것을 익힌다는 설레임이 컸다. ‘덩덩 쿵딱쿵’ 구음을 해 가며 휘모리 장단을 연습해 오면서 이제는 출퇴근 길에서도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면서 장단을 흉내낼 정도가 되었다.

아직 어설픈 수준이고 업무 때문에 매번 연습시간에 참가하지 못하긴 하지만 우리가락의 신명을 조금이나 맛볼 수 있어 매주 연습시간이 기다려진다. 간혹 힘들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직원들한테는 고수라도 되는 양 ‘즐기기 위해서는 한 동안은 지루하고 힘든 훈련과정을 겪어야 하는 법이여’라며 훈수를 두기도 한다. 부내에는 장구 외에도 판소리반, 단소반, 록그룹 등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부는 직장과 사회에도 1인2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와 협력하여 다음달부터 중소기업 15곳에서 이 운동을 펼친다. 내년 이후에는 보다 더 많은 중소기업, 산업단지 등에서 문화예술 동호회가 활동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예술 체험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동료들간에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생기는 협력 분위기는 회사근무에 생기를 부여하고 생산성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둘. 지난 9월에 학교 및 사회 문화예술 교육현장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서울소년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은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학교와 사회 적응을 돕는 특수 중고등학교인데 안내를 해 주시는 원장님은 교정시설의 장이라기보다는 교장선생님에 더 가까워 보였다. 소년교도소가 범죄소년에 대해서 형을 집행하고 교정하는 시설이라면 소년원은 잘못을 하게 된 동기 등 정상을 참작할 때 징벌보다는 보호하여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생들은 자신들이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성장기에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환경에서 상처받은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관점에서 가정과 학교를 대신해서 이들을 돕는 것이 소년원의 일이었다. 원장님은 원생들의 70퍼센트 정도는 재범에 이르지 않고 사회에 적응해 나간다고 하시며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으로 그 비율을 훨씬 더 올릴 수 있으리라고 자신하셨다.

소년원 문화예술 교육은 전문 예술강사가 매주 소년원을 방문하여 원생들에게 직접 예술체험을 하도록 지도하고 정기적으로 다른 원생들 앞에서 자체 발표회도 갖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곳에서는 아카펠라 합창단과 사물놀이반이 있었다. 아카펠라 합창단은 맡은 성부에 따라 연습곡들을 합창을 하고 있었는데 조화로운 화성보다 평안한 모습으로 서로의 눈길을 확인하면서 보조를 맞추어 나가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다음에 사물놀이반으로 옮겼는데 이번에는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아 연습장에 들어가지 않고 유리창 너머로 관찰을 했다. 꽹과리와 징, 북과 장구가 서로 가락을 주고 받으며 연주를 하는데 추임새 소리에 즐거움이 배어 있었다. 필자의 아이들 또래인 원생들의 연주장면은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당연히 해 줄 것을 못해준 데 대한 안쓰러움과 죄책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갇혀 있다는’ 사실을 한동안 만이라도 잊고 즐겁게 몰입하는 데 대한 대견함과 고마움도 함께 느끼면서 당국자로서 정책집행이 현장에서 잘 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러 갔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셋. 문화부의 문화예술 교육사업중에는 ‘예술꽃 씨앗학교’라는 것도 있다. 벽지나 구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전교생이 100명이 채 못되는 학교를 대상으로 하여, 전교생이 하나 이상의 예술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예술전문 강사들이 예술수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방문해 본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2년째에 불과한데도 광역자치단체 학교대항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입상 성적보다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 짧은 기간에 반복적이고 어려운 훈련과정을 넘어서서 스스로 악기연주에 심취하고 즐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었다. 비결을 들어보니 7시정도에 스스로 등교해서 악기 연주를 하는 어린이들이 꽤 된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등교하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고 주말에는 월요일을 기다린다고 한다. 또한 합주 형태로 연주를 하는 관계로 서로간에 눈빛으로 빠르기나 강약을 맞추는 협응을 익히게 된 것도 큰 변화라고 한다.

교장선생님과 학교 운영위원장님은 예술꽃씨앗학교로 선정된 후 아이들이 수업시간은 물론 교내생활에서 아주 착실해졌고 동급생은 물론 선후배간에도 돈독한 정으로 뭉쳐 있어 다른 학교 교사들이 근무하고 싶어 하는 학교, 다른 학교에 보내던 아이들을 부모들이 전학시키고 싶은 학교가 되었다고 자랑하신다.

넷. 많은 아버지들이 그렇듯이 필자도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아들과 대화의 시간을 거의 가져보지 못했는데 두 달 전에 이 밋밋한 관계에 변화를 주는 사건이 생겼다. 새로 사귄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그 친구의 기타연주를 들어보고 나서 기타의 매력에 빠진 것이다. 그동안 엄마에게 저축해 놓았던 세뱃돈이나 용돈 계좌에서 기타를 하나 사 달라는 것이었다. 아내의 걱정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또는 ‘게임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라는 토를 달지 않고 통 크게 허락했다.

아이는 며칠 뒤에 그 친구와 함께 세운상가로 가서 사 온 기타를 내게 선보였다. 다행히 고등학교시절 기타를 좀 익혀 놓았던 덕으로 초보인 아들에게 약간의 코치를 해 줄 수 있었다. 엄마의 잔소리는 ‘게임 좀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것에서 ‘이웃집에 방해된다 제발 그만해라’로 바뀌었지만, 기타는 이제 자연스럽게 부자간의 매개체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아이의 게임시간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아들과 소소한 대화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아빠가 되는 덤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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