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운거래소 설립 생각할 때

[기고]해운거래소 설립 생각할 때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12.11.16 19:15

대선후보들이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내놓는 정책구상 중에는 수산업 발전과 해양수산부 부활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해양산업을 좀 더 융합적으로 들여다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해양산업은 금융산업 못지 않은 첨단 소프트웨어 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예로 해운거래소를 들 수 있다.

증권을 사고자 하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조건에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증권거래소에 모여들듯이 해상운송을 둘러싸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거래상대방을 찾고, 원하는 조건을 성취하기 위해 해상운송과 관련된 여러 당사자들이 해운거래소(shipping exchange)를 이용한다. 선주, 하주, 중개인, 보험회사, 금융기관 등 선박과 해운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이다.

해운거래소에서는 선박의 매매, 용선, 해상운송계약의 체결, 해상보험계약의 체결 등이 이루어진다. 분쟁해결과 같은 사안에서 자치적인 규칙도 협의되고 제정된다. 해상운송과 해양산업에 관한 모든 정보가 모이고 교환됨은 물론이다.

해운거래소 중에는 2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영국 런던 소재 발틱해운거래소가 가장 규모가 크다. 발틱해운거래소는 해운시장의 수요?공급의 주요한 기준지표인 발틱해운지수(BDI)와 컨테이너 화물의 운송수요와 공급이 반영된 용선지수인 HR지수를 포함한 7종의 지수를 매일 발표한다. 1744년에 ‘Virginia and Maryland’라는 이름의 커피하우스에서 선주들과 상인들이 정기적으로 회합한 데서 출발한 것이다. 법인회원 수는 550이다.

그런데, 증권거래소나 다른 모든 거래소들과 마찬가지로 해운거래소도 물리적인 장소나 공간을 의미하기 보다는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그래서 발틱해운거래소의 직원은 20명 남짓할 뿐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전화 기타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정보의 교환과 거래가 이루어진다. 해운물류의 실물적 기반이 취약해진 영국이 아직도 발틱해운거래소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이 사이버거래소화에 있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해운거래소가 없고 부산에 있는 해운거래정보센터가 그 초기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제 정식 해운거래소를 설립할 생각을 할 때다. 해운물류의 중심이 유럽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으므로 부산 등 아시아지역에 해운거래소를 설립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해 온 터다.

여기서 부산은 해운정보산업의 중심지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항만은 중국의 상하이와 싱가포르, 홍콩의 순인데 상하이항이 2010년에 약 30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동안 부산항은 1500만개를 처리했다. 5위다. 글로벌 물류산업에서 부산의 위상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부산이 해운물류와 정보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선결과제가 있다. 해상거래에 관한 우리 나라 법과 제도의 정비다. 국내 업계의 관습은 해상거래에 영국의 법과 제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분쟁이 발생하면 영국에서 해결한다. 우리 나라의 해양산업이 세계 10위권인 점에 비추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영국은 해사분쟁의 해결에 관한 강력한 지적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해양산업 자체는 부진한 약점을 가진 나라다. 선조들이 쌓아놓은 것으로 유지하는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나라는 해양산업이 튼튼하므로 법률적 기초와 지원을 보완하는 작업이 따라주면 이런 점들이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해운거래소 설립은 그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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