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9조5000억 원짜리 꼬맹이

[우리가 보는 세상]9조5000억 원짜리 꼬맹이

이경숙 기자
2013.05.27 07:1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아직 자본시장의 생소한 분야인 ‘사회 투자(Social Investment)’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참가자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사회투자는 사회 문제를 해소하거나 사회 혜택을 늘리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 ‘시장 같아 보이지 않는 곳’인데도 시장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투자 고수로 이름을 날렸던 임창규 전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요즘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JP모건이 99개 투자자들 대상으로 임팩트(Impact) 투자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것, '맥킨지가 지난 연말 발표한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SIB) 분석보고서를 낸 것 등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임팩트투자는 사회나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가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은 그 일종이다.

임 국장 이외에도 전문가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임 국장이 일하는 한국사회투자는 세계 최대 보험중개사인 에이온 코리아의 이종수 전 사장이 설립했다. 사회투자 전문업체 디쓰리쥬빌리(D3Jubilee)는 이덕준 전 지마켓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설립했다.

정진호 전 푸르덴셜투자증권 대표는 사회혁신 전문 투자컨설팅사 '미스크(MYSC)의 투자 총괄 사장을, 김용덕 전 코리아크레딧뷰(KCB) 사장은 마이크로크레디트기관 사회연대은행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뿐 아니다. 해외에서도 금융판 인재가 사회투자로 건너오고 있다. 한 예로 6억 파운드 즉 우리 돈 1조1000억 원짜리 사회투자기금인 빅소사이어티캐피털(Big Society Capital)의 최고경영자는 JP모건 글로벌리서치헤드였던 닉 오 도노후(Nick O’Donohoe)다.

사회투자가 뭐기에 내로라 하는 금융인들이 모이고 있는 걸까. 재범률을 낮춘다거나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에 시장의 효율성을 끌어들여 사회 비용을 낮추는 미묘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회투자는 ‘투자 대비 사회 이익’을 높인다. 그래서 사회투자는 북유럽, 미국, 영국 등 국민의 복지 욕구가 높은 국가에선 정부 주도로 발전한다.

저금리, 저수익 시대에 새로운 수익원이라니! 이런 신시장을 투자자들이 놓칠 리 없다. JP모건이 조사한 임팩트 투자자들이 흥미롭다. 포드재단, 록펠러재단 같은 비영리 단체들 뿐만 아니라 JP모건이나 프루덴셜 같은 영리 기업들이 눈에 띤다. 미국 최대의 상업영 부동산 소유자도 있다. 미국교직원연금보험(TIAA-CREF)다.

99곳의 임팩트 투자자들은 지난해 이미 80억 달러를 이 분야에 투자했다. 올해 투자계획은 9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9조5000억여 원 규모다. 성과는 기대보다 높았고 시장 평균보다 좋았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제 막 태어난 9조5000억 원짜리 꼬맹이다. 세계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세상을 바꾸기엔 턱 없이 적은 돈이다. 인재와 돈을 이제 막 모으고 있다지만 사회소설(Social Fiction)적 상상력이 풍부한 사회적기업가들의 폭넓은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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