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가 최첨단 공법인 파이넥스 공법을 사용하는 철강공장을 중국 중경에 짓는다는 발표를 했다. 한국의 자랑인 삼성전자도 중국 시안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수 조원 단위의 고정투자가 들어가는 첨단산업은 인건비가 아니라 고정비의 절감이 원가의 관건이다. 인당소득 2만달러 이상인 나라에서 3교대 산업이 살아 남은 나라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자랑거리인 반도체와 철강분야 최고기술이 중국으로 최적의 원가를 찾아 떠나는 것을 비난 못한다. 시장도 시장이지만 3교대를 지속할 수 있는 생산 환경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첨단공장 하나면 150여 개 이상의 하청기업이 따라 나가고 한국은 그만큼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이 무너진다. 철강, 화학, 중공업, 조선,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산업들은 이미 한참 전에 중국으로 갔다. 한국의 주력산업들이 더 이상 한국에서 공장을 짓지 않는다. 한국의 청년실업이 날로 늘어나는 것은 중소기업 창업이 문제가 아니라 물건을 사줄 대기업이 국내 생산을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이 대거 몰려간 중국도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매년 임금을 15%이상씩 올릴 작정이다. 중국으로 이전한 한국기업들도 안심 못한다. 5년 내에 임금이 두 배로 올라간다면 인건비를 못 이겨 적자로 돌아서 야반도주하는 기업이 다시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 못한다.
기업이 떠나면 사람도 떠나고 투자할 기업이 없어지면 돈이 해외로 떠난다. 그러면 해외에서 돈 버는 소수 기업만 희희락락이지, 국가전체로는 세수도, 고용도, 소비창출도 물 건너간다. 거기에 금융마저 외국에 활짝 열어 눈밝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알짜기업만 골라 단물을 빨고 한국의 투자가는 투기주에 매달리면 국부가 또 유출된다.
한국에 있어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이미 미국이 되어 버렸다. 80-90년에는 대미수출이 한국경제를 좌우했지만 2000년대 이후는 대중수출이 한국경제를 좌우하고 있다. 과거 대미수출비중 최고치가 36%였는데 현재 대중수출비중은 이미 30%대에 달하고 있고 대미수출비중은 10%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래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GDP와 수출은 중국과 완벽하게 연동되고 있다.
반도체, 액정, 핸드폰 등 IT하드웨어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정상이다. 그래서 한국은 중국의 기술수준을 낮게 본다. 그러나 중국의 첨단기술을 낮게 볼 일이 아니다. 중국은 심심하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우주왕복선을 날리고 우주정거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반도체기술로 인공위성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인공위성 만드는 기술로 반도체를 만들기로 작정하면 시간이 문제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유럽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해 200년간 잘 먹고 잘살았다. 한국은 신대륙을 발견한 게 아니라 스스로 다가왔다. 2000년간 옆집에 있었지만 최근 150년간은 별 볼일 없던 중국이 60년만에 미국을 대신할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중국시장점유율이 계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소비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중간재가 아니라 소비재인데 지금 한국은 중국에 팔 소비재가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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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는 브랜드가 생명이다. 중간재 강국 한국은 소비재에서 세계시장에서 잘나가는 브랜드가 없다. 한국의 일부 음식료와 패션업체가 중국에서 대박 났다고 했지만 세계 모든 브랜드가 다 들어와서 경쟁하는 중국에서 벌써 밀리기 시작했고 주가도 속락하고 있다. 한국 소비재의 중국진출과 브랜드 창조는 많이 늦었다. 코앞에 닥친 '리커노믹스'에 대응해 대중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을 낮추고 소비재 비중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관건이다.
한국은 지금 전통산업의 이전에 이어 최첨단기술을 사용하는 공장도 중국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그러면 한국은 한 명 벌어 4명이 먹던 모델에서, 한 명 벌어 100명이 먹고 사는 애플 스타일의 연구개발형 모델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으로 공장을 보낸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연구개발형 기업으로 바뀌고는 있지만 그 수준이 한 명이 벌어 10명이 먹는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대안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한국 첨단기술공장의 중국이전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