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자금세탁방지제의 효과적 운영

[MT시평]자금세탁방지제의 효과적 운영

김재식 기자
2013.10.16 06:00

모 재벌그룹의 회장이 세금탈루 및 횡령·배임혐의로 구속되고 전 대통령 일가가 2200여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지 16년 만에 미납 추징금 1600여억원을 자진 납부하기로 했다.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회 지도층의 탈세와 재산 국외도피 사실은 일반 국민들의 근로 의욕을 상실케 하고 더 강한 법개정과 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범죄 행위에는 공통적으로 차명계좌가 사용되었다. 차명계좌란 남의 이름을 빌리거나 도용해 개설한 계좌를 말하는데 보통 불법적인 금융거래, 비자금 관리, 로비 활동, 탈세 등의 행위에 사용된다. 정부는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를 도입해 모든 금융거래에서 실명을 사용하도록 했으나 차명계좌는 사실상 허용해 왔다.

차명계좌를 활용한 불법적인 금융거래 관행에 대한 근절 의지와 박근혜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증세 없는 복지 정책의 세수 확보 노력과 맞물려 최근 '자금세탁방지제도'(Anti-Money Laundering)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모 그룹 비자금 사건이 금융정보분석원(KOFIU)이 검찰에게 제공한 의심스러운 거래 정보가 수사의 발단이 된 것과 전 대통령 일가의 수사에서 자녀와 친인척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가 큰 역할을 한 사실을 봐도 명확하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더해 관련 법령도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의 새 국제기준에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바, 2013년 11월 13일부터 시행 예정인 개정된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의 주요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세청과 관세청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KOFIU) 정보 제공 요건을 '조세·관세 탈루 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 및 조세·관세 체납자에 대한 징수'로 확대하고, 둘째, 금융정보분석원의 정리·분석 없이(raw data)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에 고액현금거래정보를 추가하고, 셋째, 금융회사 등의 자금세탁 의심거래보고의무 기준금액을 폐지하였다. 이와 더불어 '차명거래의 금지' '자금의 실질소유자 확인' '조세 및 지방세 포탈과 관련한 자금세탁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자금세탁방지법의 추가적인 개정도 발의 중에 있다. 과히, 자금세탁방지제도가 이번 정부의 대세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관련 법령들의 개정으로 인해 금융정보분석원과 과세관청 간의 업무 공조는 보다 원활해지고, 과세관청은 더 많은 금융거래정보들을 활용하여 세원을 확보하고 탈세 범죄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금융거래정보의 공유로 인한 개인정보의 오남용 문제, 차명거래 금지와 실소유자 확인 등으로 인한 금융거래의 불편함, 의심거래보고 기준금액 폐지로 인한 보고 규모의 증가 등의 문제가 예상되며 이는 상당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것 같다.

한층 강화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에 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를 하여야 할 것이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관련 프로세스와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금융정보분석원은 예전보다 많은 금융정보를 과세관청에 제공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정금융거래정보가 노출될 위험이 존재함으로 정보 공유 관련 프로세스와 유관 시스템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 과세 관청에서는 부당한 조사로 인한 개인정보침해소지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규정 등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차명거래 금지와 실소유자 확인 등으로 인해 금융기관 창구에서 획득해야 할 고객정보가 증가하고 고객의 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은 비즈니스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항상 신속하고 유연한 고객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잘 문서화되고 절차화된 유효한 리스크 접근이 실무적인 해답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금융기관들이 현재의 의심거래 보고 체제에서 기준금액을 폐지할 경우 보고건수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며 이는 결국 금융기관의 부담이 될 것이다. 금융기관은 거래모니터링시스템의 고도화를 통해 보고건수를 줄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현재 은행권과 비은행권(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간의 자금세탁방지제도 운영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금융정보분석원이 입수하는 대부분의 의심거래 정보가 은행으로부터 보고 받은 것인 바, 비은행권에서의 제도운영은 미흡한 것으로 생각된다. 균열은 항상 약한 곳에서 발생한다. 자금세탁리스크를 고려한 업권별 균형 있는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자금세탁방지제도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국민 의식의 강화와 관련 전문인력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양성이 필요하다. 이것은 장기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으로 감독기관과 금융기관 간의 더 긴밀한 협력 체계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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