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용(龍)의 숨 고르기

[MT시평] 용(龍)의 숨 고르기

박한진 기자
2013.10.24 06:00

중국 경제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한없이 크게 보기도 하고 아주 작게 보기도 한다. 망원경을 거꾸로 든 것처럼 멀게만 보는가 하면 모난 부분에 집중하기도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다. 원래보다 크게만 본다면 '파랑새 증후군'이란 합병증이 찾아온다. 당장 해야 할 일엔 아랑곳 않고 '차이나 드림'에만 몰두한다. 모난 부분만 본다면 '차이나 쇼크'라는 걱정을 달고 사는 '램프 증후군'에 빠져든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2013년 중국경제 10대 뉴스를 꼽자면 경착륙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논란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줄잡아 10여 년 전부터 떠올랐다 사라지고, 또 다시 떠오르며 중국 경제의 단골 메뉴처럼 돼버렸다.

올해 경착륙 논란이 유난히 증폭된 것은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몇몇 거시지표들이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걸었기 때문이다. '닥터 둠' '버블 예측의 권위자' 등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유명인들이 연초부터 앞다투어 경착륙 경고음을 키웠다.

문제는 이런 시각이 성장률 하락 혹은 부동산 거품 등 일부 변수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다는 것이다. 경착륙 여부를 판단하려면 함께 보아야할 부분들이 얼마든지 많다. 소비, 기업이윤, 물가, 부채, 구조조정 정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비와 기업이윤은 꾸준히 커지고 있고 물가는 안정적이다. 고성장 시기에 누적된 부채는 정부가 늦게나마 심각성을 깨닫고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미래 중국을 이끌 핵심엔진인 신형 도시화(New Urbanization) 정책도 확정발표를 앞두고 있다. 경착륙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각국의 경제정책은 국가지도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다. '오바마노믹스' '아베노믹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신정부의 경제정책은 '리코노믹스'(Likonomics) 즉 '리커창 경제학'이라고 부른다. 단기성과보다는 지속성장에 무게를 두고 이를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과거 중국은 실업해소를 위해 8% 성장을 고집했다. 리커창 총리의 신정부는 더 이상 8%에 집착하지 않는다. 올해 목표치는 7.5%다. 여기에는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반드시 높은 성장률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균형발전을 위한 신형 도시화 정책은 추진하되 "인위적인 대규모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도 공언했다. 이런데도 7% 중후반대의 성장률을 두고 경착륙 얘기를 할 것인가.

리코노믹스는 한 마디로 '선주감법, 후주가법'(先做減法, 後做加法)이다. '뺄셈을 먼저 하고, 덧셈은 나중에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성장 부작용과 불안요인들을 줄이는 조정을 하고, 새로운 경제정책은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당장은 유동성 제한조치와 함께 정부와 공공부문을 단속하고 지방정부 부채를 줄이는 뺄셈을 먼저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장률과 자산 가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시기를 지나 뺄셈의 효과를 확인하면 덧셈 즉, 새로운 경기부양 조치가 본격 가동될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거대한 용틀임과 화려한 승천무(昇天舞)를 뽐내던 중국 경제는 이제 '숨 고르기'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엔 차이나 드림, 차이나 쇼크에 목청 높일 일이 아니다. 정책의 들숨 날숨에 무엇이 들어가고 무엇이 나오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때론 현미경으로, 때론 망원경으로 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