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동양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안 외에 의원입법 등 다수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그런데 이 법률이 제정되면 금융소비자 보호는 정말 강화되는 것일까.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의 분쟁은 대부분 판매와 관련하여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제도개선의 초점이 '판매시'로 한정될 필요는 없다. 다만, 판매와 관련하여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판매단계에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예방장치를 마련하고 아울러 피해발생 후 사후구제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의 개선은 시급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안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법 체계의 구축을 통해 그간 업권별로 금융상품 판매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개별법을 개정하는 등 단편적으로 해소함에 따라 복합·복잡한 상품의 판매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던 문제를 시정하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현재 법안으로 재발되는 대규모 불완전 판매행위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하고 사후 발생한 피해구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우선 우체국이나 대부업자 등 유사금융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데다 무엇보다 불완전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특정금전신탁상품이 규제에서 빠져있다. 더욱이 금융상품자문업자만 금융소비자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로 자문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판매업자에게는 마치 의무가 없는 것처럼 되어 있다. 즉 사전적 규제에 관한 정부안은 현재 개별 금융업법의 규정과 크게 차이가 없다.
한편, 사후 규제방안으로 금융상품 직접판매업자의 업무를 위탁받은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자에 대한 관리책임과 손해배상책임이 법에 명시되어 있고 과징금 부과도 가능하지만, 분쟁이 발생한 경우 실무상 가해행위의 위법성, 고의·과실, 손해의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간의 인과관계 등을 피해자인 금융소비자가 입증하여야 하는 소송실무상 손해배상을 묻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실정이다.
개별소송을 통한 배상은 금융소비자가 입은 경제적 피해를 충분히 배상하기에 시간과 소송비용면에서 그리 적합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집단적 피해에 대한 일괄 구제가 가능한 방안들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물론 소비자기본법에 마련된 집단분쟁조정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조정만 가능하고, 조정결과를 금융회사가 거부하는 경우 그 효력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무엇보다 사실조사에 장애가 많아 한계가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의 금융분쟁조정절차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법상 근거규정이 없어 집단분쟁조정을 이용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은 외국과는 차이가 크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금융옴부즈맨제도를 통해 교섭에 의한 화해, 조정 후 분쟁이 해결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옴부즈맨이 결정을 한다. 이 결정은 판결과 같은 구속력이 있어 금융업자의 준수가 강제된다. 네덜란드는 '2005년 집단적 피해에 대한 화해법' 제정후 증권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지 않아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기로 화해가 있었고 2008년 10월 6일 홍콩정부는 리먼사태와 관련하여 불완전판매된 회사채를 판매은행에게 시가로 재매입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들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이 확립된 나라이고 자본·금융시장의 모델로 평가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 늦기 전에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