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출권거래제, 두려움을 용기로

[기고]배출권거래제, 두려움을 용기로

김승도 한림대학교 환경생명공학과 교수
2014.09.15 06:16

김승도 한림대학교 환경생명공학과 교수

김승도 한림대학교 환경생명공학과
김승도 한림대학교 환경생명공학과

1597년 임진왜란 6년, 고작 배 12척으로 적선 330척을 물리친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이 화제다. 한 사람이 길목을 잘 지켜내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승리를 이끌어내는 장면에서는 내년 1월에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떠오른다. 배출권거래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적 수단이자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목을 지키는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직접규제, 탄소세와 함께 주요한 온실가스 감축정책이다. 이는 정부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할당량을 정하고, 기업은 그 범위 내에서 생산활동 및 온실가스 감축을 하되,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의 기업 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온실가스를 왜 줄여야 하는가. 바로 그 답은 멀리 과학자들의 전문적 논쟁이 아니라 늦은 장마 등 이상기후에 따른 생활의 변화에 있다.

대기는 물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국가 간 명확한 경계를 구분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전 세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최근 탈퇴국 증가로 교토의정서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이와는 별개로 전 세계 99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실시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 등 10개 주에서,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 등 7개 지역에서 지역단위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중이며 그 규모는 우리나라 그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국내 상황은 답답하기만 하다. 준비가 한창이기는커녕 배출권 할당계획 수립, 할당업체 지정 등 관련절차는 이미 법정기한을 넘겼고, 시민단체들은 정부 부처의 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경제단체들은 드라마 주인공처럼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하다. 2009년부터 오늘날까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일반국민 등 의견을 수렴해 국가 감축정책을 결정했고 배출권거래제도 그 중 하나다.

언제까지 준비할 시간 운운하며 엄살을 떨 것인가. 법률상 시행시기를 당초 예정한 2013년 대신 2015년으로 규정하여 사실상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다. 한편 제도시행에 대비해 기존 노후시설 교체, 감축기술개발 등 이미 많은 투자를 한 선도적 기업들도 있고, 온실가스관리 전문인력교육을 수료한 청년구직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과소 대표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필요성에 모두들 공감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비용으로 인해 국제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협박하듯 주장한다. 그러나 감축하지 않은 경우 발생할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피해나 손실 또한 막대하다. 영국 스톤경은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면 GDP의 1% 비용이 소요되나, 그렇지 않으면 GDP의 5∼20% 비용이 든다고 한다.

배출권거래제는 새로운 부담이 아니다. 2012년부터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시행 중이며 거래제 적용대상 예상업체 대부분이 포함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목표관리제보다 44%∼68%까지 감축비용이 감소한다니 비용효과적인 개선이 아닌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 감축목표를 지키지 않는 것은 당장 소나기를 피하자고 그간 국제 환경외교를 통해 쌓은 평판과 신뢰를 버리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제품에 대한 국제적 환경기준은 강화되고, 친환경소비를 실천하는 소비자의 요구도 커졌다. 온실가스 감축은 거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먼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목전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길 또한 배출권거래제에 있다. 간단한 유지보수만으로도 중소기업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감 노하우를 공유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향후 상쇄배출권 판매로 알짜배기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제도 시행을 4개월 앞둔 지금,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그간 함께 만든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을 앞두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경제단체들도 그렇지만, 배출권 할당계획 수립도 못하는 정부의 소극적 태도 또한 문제다.

영화 ‘명량’의 대사처럼,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대한 두려움을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용기로 바꿀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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