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규제기관이 '영생불멸'할 나라

[광화문]규제기관이 '영생불멸'할 나라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부장
2014.10.07 06:54

거슬러 올라가자면 10년도 더 됐다. 이른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의 역사가 시작됐다. 2002년 전기통신사업법에 단말기 보조금 금지조항이 신설됐고 2003년 4월 3년 한시로 발효됐다. 한시법이니 2006년 4월 자동소멸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보조금 금지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밀려 정부는 법을 2년 더 연장했다. 단말기 보조금을 얼마 주든 사업자 맘대로 하게 된 건 2008년 3월부터다. 하지만 이도 잠시였다. '소비자가 호갱님이 됐다', '시장이 과열·혼탁하다'는 지적에 정부는 1년여 만에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행정지도에 나섰다. 행정지도는 합법적인 일이지만 법 집행과 차원이 다르다. 해서 나온 게 이번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이다.

이번 법은 보조금 금지법이 아니다. 오히려 보조금을 합법화했다. '호갱님'을 구출하고 그 결과 소비자 차별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보조금 금지액수가 3만원 상향 조정된 것 외에 △지원금 차별 금지 △지원금 공시 의무 △고가 요금제 강제 제한 △지원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가능 등 '차별 금지 내용'이 핵심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신형(고가)단말기, 고가요금제'에만 가입해야 받을 수 있었던 혜택을 '중저가(중고) 단말기, 저가요금제' 이용자층으로 저변을 넓히자는 의도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법은 '호갱님법'으로 통한다. 심지어 쓰던 아이폰을 가져가도 일정 수준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긍정적 효과는 애써 모른 척하고 "고가 국산 단말기 보조금이 줄어 단말기가 비싸졌다. 정부가 단말기 가격을 인상시켰다"라고까지 말한다.

365일 온 나라가 들끓고, 급기야 정부가 법을 만들었다 없앴다를 반복하는 이런 현상의 '원죄'는 무엇일까. 국산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바라보는 인식에는 암묵적인 판단이 깔려있다. '우리나라 제조사가 만든 휴대폰은 비싸다. 우리나라 통신요금도 비싸다. 그러니 더 싸게 팔아야 한다. 요금은 더 내려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고가폰을 가져야 한다.'

세련된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욕구야 차치하더라도 도대체 통신요금, 단말기 가격의 싸다 비싸다는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올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조사에서 우리나라 음성통화 요금은 4번째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이터 사용 포함). 사실 이런 비교도 우습지만 이 기준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 억지 숫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애플 폰의 '비싼' 가격도 상대성을 안고 있다. 성능 좋은 중저가 중국폰의 약진이 계속되면 이후는 아무도 모른다. 소비자 편의를 보면 중국폰의 경쟁력이 더 뛰어나길 바라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지표를 믿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모바일로 유튜브를 보는 비율은 세계 평균 40%인데 우리나라만 65%에 달한다. 단일 국가론 최고치다. 하지만 본인이 하루에 얼마만큼의 데이터를 소모하는지, 다른 국가에서 이 정도로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비용부담이 어느 정도인지엔 관심이 없다. 그저 '서비스는 당연하고 대가는 비싸다'이다.

문제가 이런데 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막 시행된 단말기유통법도 이렇게 부글부글한데 단언컨대 어떤 새 법이 나와도 해결 불가다. 7일부터 국정감사다. 국회는 여야할 것 없이 "전 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들었다"고 정부당국을 압박할 것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보조금 관련법이 '일몰'되지 못한 채 조금씩 모양만 바꾸며 도돌이표가 계속되는 진짜 이유가 뭔지 입법기관이야말로 냉정히 살펴볼 때가 아닌가.

규제법이 강화될수록, 규제법에 매달릴수록 시장의 역할은 없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미워하는 규제기관만 영생불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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