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쇼카’ 슬픔을 없애는 이름

‘아쇼카’ 슬픔을 없애는 이름

이경숙 기자
2014.12.15 05:55

[우리가 보는 세상]노벨평화상 수상자 사티아르티와 아쇼카펠로 이야기

이경숙 경제부 차장 
이로운넷 공동대표
이경숙 경제부 차장 이로운넷 공동대표

한 대기업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심사자리. 한 목사가 ‘아이들이 음악 연주를 통해 본드 중독과 범죄에서 벗어나게 하는 그룹홈을 지원해달라’며 자료를 돌렸다. 지원요청 규모는 1억 원.

심사위원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자료가 어딘지 세련되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돈을 받아가 아이들한테 쓰지 않고 치부했던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이 때, 누군가 말했다.

“어, 이 사람 아쇼카펠로네?”

이 말 한 마디에 심사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결론도 바뀌었다. 사업자금 일부를 후원하기로 한 것이었다. 명성진 예수마을교회 목사와 그룹홈 ‘세상을 품은 아이들’ 이야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담당자들의 모임 'CSR포럼'이 12일 연 송년 감사의 밤에 만난 이 기업의 간부는 이 일화를 들려주면서 “도대체 아쇼카펠로가 뭐기에 사람들이 이런 믿음을 보내나 싶었다”고 말했다.

아쇼카펠로(Ashoka Fellow)란, 30여 년간 88개국에서 활동한 국제 비영리기구 아쇼카가 선정한 ‘소셜 앙터프리너(Social Entrepreneur)’를 말한다. 선정기준은 5가지. 새로운 아이디어, 창의성, 기업가적 자질, 아이디어의 사회적 임팩트, 그리고 윤리적 소양이다. 선정까지 최소 4개월에서 8개월간 까다로운 심사가 진행된다. 이게 아쇼카펠로에 대한 사회 신뢰를 준다.

그런데 아쇼카한국은 ‘소셜 앙터프리너’를 한글로 ‘사회적기업가’라 하지 않고 ‘사회 혁신 기업가’라고 번역한다. 이들이 하는 활동이 국내 사회적기업 개념과는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아쇼카펠로들은 명 목사처럼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발휘한다. 그들이 모두 ‘기업’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기업가'처럼 혁신을 일으켜 문제를 해결한다. 국내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사회적기업에 대해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라 정의한 것과 다르다.

10일,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도의 아동인권운동가 카일라시 사르아르티 역시 아쇼카펠로다. 1993년 선정됐다. 어리고 작은 손으로 카펫을 만드는 아이들을 본 후 그는 1983년 ‘어린 시절 살리기’ 운동을 벌였다. 또 ‘러그마크(Rug Mark, 굿위브 마크의 전신)’라는 인증마크를 고안해 아동노동 없이 생산되는 카펫에 붙였다.

현재 그는 아동노동반대 국제행진(Global March Against Child Labor, GMACL)의 의장을 맡고 있다. 러그마크처럼 이 조직 역시 기업은 아니다. 140여 개 국, 2000여 개 시민 단체와 노동조합 협의체다.

아쇼카는 “최근 10년 간 사회적 표지(Social Labeling), 행동주의라는 혁신적인 그의 전략은 남아시아 지역의 아동 노동을 70%나 감소시켰으며, 백만 명의 속박된 노동자들을 해방시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쇼카는 산스크리트어로 '슬픔 없이'라는 뜻이다. 국내에선 명 목사를 비롯해 김종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박유현 인폴루션제로 대표, 정혜신 공감인 박사 등 5명의 아쇼카펠로가 사회 문제를 해소할 혁신적인 솔루션을 고안하고 있다. 이들의 솔루션이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슬픔을 없애줄까?

2300여 년 전 아쇼카 황제가 인도 북부에 세웠다는 평화의 제국은 사후 50년밖에는 유지되지 못했다. 그러나 형제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던 그가 회한 속에 써내려간 '비폭력'의 메시지는 20세기에 빌 드레이튼이라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생명을 얻어 '아쇼카'라는 국제단체로 이어졌다. 슬픔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쓰는 이름이 됐다.

국제 사회가, 우리 사회가 '아쇼카'라는 이름에 믿음을 주는 건, 슬픔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유토피아적 희망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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