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의 자유화나 국제화 수준에 있어서 우리보다 못하다고 여겨온 금융후진국 중국이 순식간에 국제금융 분야에서 이미 우리를 추월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그들의 금융권으로 편입하려는 작업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마치 남의 집 일로 치부하고 눈만 껌벅거리는 듯한 정부당국의 위기감 상실 증세를 주시하다보면 자연히 나라가 불쌍하다는 느낌에 한탄을 금할 길이 없다.
현재 한국 중국 일본 중 자국통화에 의한 무역결제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으로 30% 수준이다. 한국과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3% 미만이었으나 불과 몇 년 사이에 중국이 17% 수준으로 비약적인 도약을 한 반면에 한국은 아직도 3% 미만을 유지한다. 게다가 한국 원화에 의한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결제 비중은 2%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다.
우리 TV드라마나 ‘강남스타일’ 등 한류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인기가 있는 것에 비하면 세종대왕님이 새겨진 원화의 인기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3류상품이며 거의 쓰레기(?) 수준이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 마디로 원화의 브랜드가치를 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핵심요소는 원화의 대외신인도며, 대외신인도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가치의 안정성이다.
예를 들면 스위스는 비록 조그만 나라지만 스위스 통화는 전통적으로 통화가치의 변동이 심하지 않은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통화로 알려져 세계 통화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그야말로 브랜드가치가 있는 통화다.
이에 비하면 우리 원화가치는 그 동안 롤러코스터 마냥 덜컹대고 급등락을 밥 먹듯이 해왔다. 당연히 선호도가 높을 수 없고 따라서 브랜드가치도 낮을 수밖에 없다.
수출이 조금만 감소해도 원화를 절하하라고 볶아대는 조급증을 갖고 있고,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외환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경험한 터라 불안증세가 심하다.
그래서 지난해처럼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6% 넘는 수준에서도 원화를 더욱 절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난무하는 나라라 어쩔 수 없지 않았느냐는 변명이 국내에서는 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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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쉽게도 원화의 브랜드가치와 선호도가 우리의 국격(國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 경제의 앞날에도 심각한 파급효과를 갖게 된다는 점을 우리 정부는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무감각한 태도와 대조적으로 중국 정부는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최근 1, 2년 사이에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해외방문 때 항상 잊지 않고 꼭 챙겨가는 판촉물 3종세트가 있다. 원전(原電)과 고속철도(高速鐵道), 그리고 ‘위안화’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 공통적으로 맞춤판매가 필요하며 브랜드가치가 있어야만 팔릴 수 있는, 말하자면 특수상품들이다.
이 가운데 원전과 고속철도의 해외판매 실적은 한두 군데에 불과한 등 아직까지는 엄청난 세일즈 노력에 비하면 비교적 성과가 미약한 형편이지만 ‘위안화의 세일즈’는 세계 26개 나라에서 대단한 환영과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자국통화인 위안화의 세일즈외교 활동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는 동안 한국정부가 그동안 한 일이라고는 중국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 금융시장에 중국 통화시장(이른바 역외 위안화시장)을 개설해준 것이 고작이다. 남의 영업에 그냥 자리만 깔아준 격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