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에 대한 정의의 복잡성과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으로 권력이라는 말은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한편 주체적인 존재로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점에서 사람은 누구나 권력 지향적이다. 또한 우리는 권력을 통해 자기 삶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권력의 추구는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적응적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대부분 구성원들이 더 많은 권력을 추구하는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사회적 규범이 잘 마련되어 있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라면 권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그러한 사람이 주어진 규범을 벗어나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적어도 합리적인 규범이 온전히 기능하는 사회에서는 권력이 없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억압받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권력을 손에 넣는다고 해서 그것이 가져다줄 혜택은 클 게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사는 세상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데 그러한 통제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직접 세상을 통제하는 것으로, 여러 문제나 욕구를 몸소 해결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부정을 저지른 정치인을 우리가 직접 처벌할 수는 없지만, 그 사회에서 그러한 역할과 권한을 가진 사람 가령, 경찰이나 판사가 그 정치인을 처벌할 수 있다. 그러한 처벌이 우리가 합리적이고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 우리는 간접적으로 이 사회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상적이다. 만약 이 중에서 간접적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간접적 통제가 무너진 사회란 곧 규범이 무너진 사회이고, 부당한 대우에 따른 억울함과 좌절이 흔한 사회이다. 사회가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만큼 공정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때, 우리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적 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회가 공정한 규범에 의해서 운영되지 않을 때, 직접적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권력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권력을 가짐으로써 여러 사회적 억압, 부당한 대우와 손해, 억울한 좌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바로 권력의 기본적 의미, 즉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권력이 없으면 이런 사회에서는 억압과 불평등 속에서 끝없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 판검사, 의사, 정치인, 고위공직자를 무조건 선망하는 우리의 현실은 이 사회의 불행한 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간접적 통제가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가 합법적인 방식이 아니라 병리적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병리적 방식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뇌물을 이용한 방식이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식은 그 부당한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법이 아니라 뇌물이 통하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데 뇌물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러한 까닭에 뇌물은 뇌물을 낳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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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회는 거의 대부분 혼탁하고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은 권력이 없는 사람을 위하기보다는 더 많은 권력을 얻는데 몰두하기 쉽다. 더욱 불행하게도 이러한 사회에서 권력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부정과 부패를 가져올 뿐이다. 한 사회의 투명도가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