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쎄요. 위에서 움직이니까 하기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불과 몇 주 전, 한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과 청년희망펀드 모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나온 반응이었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운 공무원으로서의 당혹스러움이 묻어나는 대답이었다. 이 공무원은 확답을 피했지만, 강제 모금 논란은 이후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으로까지 번져나갔다.
지난 7일 펀드를 운용할 청년희망재단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자,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운용 계획이 정부의 청년고용 대책 대부분을 답습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일례로 '청년희망아카데미'는 고용노동부가 시행 중인 '청년취업아카데미'와 이름과 내용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0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으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일자리 해소를, 불과 50억원 남짓한 모금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며 "단순히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숱한 말이 오가는 가운데 청년희망재단은 오늘(19일)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를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하며 의욕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벤처계의 입지전적 인물로도 통하는 황 이사장은 "청년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과거에서 찾을 수 없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찾아야만 한다"며 "그 방법은 저 개인의 생각이 아닌, 우리의 생각으로 찾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황 이사장의 말대로 재단은 독단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재단에 청년일자리 정책의 사각지대를 채워주는 역할을 기대하는 만큼, 이를 위해서는 좀 더 청년들의 실제적인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재단의 시작은 위에서 아래로 향한 힘이었다"면서도 "일단 출범한 만큼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아래에서 위로 목소리가 올라오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청년희망재단. 청년들의 일자리를 고민하는 사회 지도층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올바른 예가 될지, 아니면 단순한 생색내기에만 그칠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