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월세상한제가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지 어언 10여년이 되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임대료 규제의 효과 등의 연구’를 한국주택학회에 의뢰했다. 용역은 발주했지만 연구진은 처음부터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반대하는 연구자들로 구성되었다. 연구진 구성부터 편향성 시비가 붙었다. 연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야당 추천 전문가들이 연구자문회의에 초청됐다. 이렇게 해서 접한 초안보고서 내용은 한마디로 편파성 그 자체였다. 처음부터 반대논거를 찾기 위한 의도로 연구가 진행되었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당위성, 도입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의 관심은 연구진에게선 처음부터 완벽하게 부재했다. 전·월세상한제는 단순히 임대료의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간 이익균형을 규율하는 권리문제다. 그렇다면 그 연구도 권리에 관한 제도연구가 우선되어야 하고 연구자도 이 방면에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연구 참여진은 부동산학 분야에서도 계량분석 전문가들이었다. 전·월세상한제 반대 입장을 보유한 상태고 계량분석 전문가다 보니 이 연구는 처음부터 올바르게 될 수 없었다.
연구는 크게 두 가지 중요한 분석을 담았다. 첫째는 전·월세상한제와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임대료 상승에 대한 통계적 추정이다. 1989년 임대차 계약이 1년에서 2년으로 바뀌면서 가져온 임대료 상승 효과나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될 때 최초 임대료 상승효과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 등이 그러하다. 모두가 비현실적 전제를 가지고 분석되었으니 결과도 그만큼 자의적인 것은 여느 통계분석과 다를 바 없다. 더욱 1989년 임대차 계약기간 1년에서 2년 연장에 따른 일시적 임대료 상승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후 임대차 관계 안정화가 가져온 편익을 고려하면 분석 자체가 갖는 정책적 함의는 한마디로 제로다.
전·월세상한제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도 결정되지 않고 도입하더라도 어떤 보완책을 가지고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도입의 실제 효과는 달라진다. 연구에서는 이 복잡한 논의를 생략한 채 몇 가지 전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여부, 임대료 인상률 폭 등)만 가지고 예측했는데 결과는 최초임대료가 최소 0.74%, 최대 9.92% 오른다는 것이다(실제 값은 3% 내외로 추정). 그리고 2010~2012년 과거치를 가지고 시뮬레이션한 공급위축도 2년6개월간 8.36%에 불과하다. 정부가 그간 폭등한다고 주장한 것과 다른 상당히 다른 결과다.
두 번째 중요 분석은 주요 서구 선진국의 임대료 관리제도에 관한 것이다. 불행히도 이 부분의 분석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우선 연구진이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분석도 스스로 자료를 발굴해서 한 것이 아니라 국토부의 기존 연구보고서 결과를 짜깁기한 것에 불과했다. 전·월세상한제의 효과분석도 서구학자들의 기존 연구논문을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수준이었다. 서구에서는 1·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임대주택의 공급부족과 급등하는 임대료 통제를 위해 다양한 임대료 관리제도를 도입·운용해왔고 중단하거나 완화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다시 강화하는 추세다. 외국제도를 배우려면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도입되고 어떤 문제가 발생해 어떻게 보완하면서 발전해왔는지, 그 효과와 한계가 어떤 것이며, 우리나라에 도입한다면 어떠한 함의를 갖는지 등의 관점에서 접근했어야 한다. 후에 다소 보완을 했지만, 연구진은 처음부터 이러한 관점이나 이해방법을 가지지 못했고, 그나마 기존 연구를 정리하는 수준이다 보니 그 분석과 해석이 갖는 의미가 어떠한지 설명을 필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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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편파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에서 가장 분명히 드러난 점은 국토부 등 반대론자들이 그동안 그토록 “반 시장적”이고 “서구 선진국에서 시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가 전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했고 독일·프랑스·미국 뉴욕 등은 최근 들어 심지어 신규 임대차의 임대료까지 규제한다. 이 제도를 반 시장적이란 이유로 시행하지 않는 데가 없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지만 대부분 나라에서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게 금번연구의 중요한 내용이다. 그동안 그토록 반대만 해온 국토부가 이 결과를 어떻게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참으로 걱정이고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