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교열을 보다 보면 하루에도 몇 차례 바꾸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인치와 평이다. 정부는 2007년 7월1일부터 ‘법정계량단위 사용 정착방안’에 따라 평, 인치, 돈, 말, 되, 근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는 업소나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법정계량단위 사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선 여전히 ○○인치 TV, 아파트 ○○평 등과 같은 비계량단위가 사용된다. 법정계량단위 사용 의무화 10년을 맞았으나 여전히 평은 평이고 인치는 인치다. 아직 인치와 평이 더 익숙하게 사용되다 보니 기업들은 제품 홍보시 비계량단위와 계량단위 중 뭘 써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등장한 게 ‘형’이다. 전자업계는 TV나 모니터의 경우 대각선 길이를 인치로 환산해 32인치 TV, 17인치 모니터 등으로 크기를 표기해왔다. 정부가 법정계량단위를 사용토록 하면서 기업들은 관련 제재를 피하기 위해 숫자는 환산하지 않은 채 인치만 형으로 바꿔 표기하는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32인치를 81.2㎝로 환산하지 않고 32형으로 모델명을 표기하는 식이다. 모델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형’이란 단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속 대상에서 벗어난다.
그나마 평은 ㎡로 많이 환산해 사용되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분양시장에선 혼선을 빚고 있다. 법정계량단위 사용 의무화로 분양공고문 등에 사용되는 단위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평수로 크기를 짐작하는 관행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아파트, 토지 등을 사고팔 때 평이란 단위가 크기를 이해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를 다시 평으로 환산하는 게 보편적이다. 일부 관련 업체는 단속을 피하려고 ‘PY’(평의 영어약자) 등 변칙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1인치는 2.54㎝, 1평은 3.3㎡로 환산한다’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온데간데없이 기업들은 ‘형’ ‘PY’ 등의 ‘변형 계량단위’를 사용한다. 국민 생활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정부의 개정 취지는 퇴색된 지 오래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 누구를 위한 법정계량단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