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20대 때 뉴욕 맨허튼의 그랜드하얏트호텔 재건축에 성공해 부동산 거부가 되었다. NBC 리얼리티쇼 ‘견습생’을 진행하면서 “너는 해고야”라는 멘트로 인기를 얻었다. 트럼프타워, 트럼프와인 등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어 성공을 거뒀다.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가 승리한 요인은 무엇인가. 유권자의 분노와 불안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직설화법으로 유권자들, 특히 백인 근로자의 정서에 교묘히 파고들었다. 일자리를 불법이민자와 저가수출을 일삼는 중국이 강탈했다고 주장한다. 멕시코 접경지역에 담을 쌓고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를 추방하며 무슬림의 입국금지를 역설한다. 중국 때리기에 앞장서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폐기를 강조한다.
실제로 서민층의 삶이 팍팍해졌다. 노동분배율이 1970년 68.8%에서 2013년 60.7%로 낮아졌다. 제조업 일자리가 1979~2015년 사이 약 700만명 줄어들었다. 중위 가계소득도 1999년 56,080불에서 2012년 51,017불로 낮아졌다. 매사추세츠공대의 대런 에스모글루와 브랜던 프라이스 교수 연구에 따르면 1999~2011년 동안 중국 상품 수입으로 일자리가 240만개 감소하였다.
인종카드를 쓴 것이 공화당 유권자에게 잘 먹혀들었다. 노령화된 백인 보수층은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의 부상을 우려한다. 4년마다 2%포인트씩 백인 유권자 비율이 하락한다. 백인의 불안심리를 교묘히 자극함으로써 표심을 확보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처럼 ‘백인을 다시 위대하게’(Make White Great Again)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의 독특한 정치적 수사와 미디어 활용 능력도 일조했다. 젭 부시를 무기력하다고 공격하고 테드 크루즈와 마르코 루비오를 ‘거짓말쟁이 테드’ ‘어린 마르코’로 싸잡아 공격하는 심리전에 능숙하다. ‘약하다’ ‘바보같다’는 표현을 반복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무기력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언론을 능숙히 활용해 빈번히 노출되도록 유도한다. 유료 정치광고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20억달러 이상 광고 효과를 창출했다.
힐러리와의 승부는 어찌될까.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힐러리가 다소 앞선 가운데 두 후보간 격차가 빠르게 줄어드는 양상이다. 지난 22일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과 NBC 여론조사에선 46대43으로 힐러리가 앞섰다. 뉴욕타임스와 CBS 조사는 47대41로 힐러리의 우세를 보여줬다. 반면 보수성향의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선 45대42로 트럼프가 앞섰다.
오하이오, 버지니아 등 경합주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다. 특히 지난 열 번의 대선에서 당선자에게 예외없이 표를 몰아준 오하이오의 향배가 중요하다. 백인 노동자가 많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오하이오의 표심이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차례 치른 대선에서 민주당은 19개 주와 워싱턴시에서 승리해 242개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공화당은 13개 주에서 계속 승리해 102개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과거의 투표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인지가 커다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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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의 조직력 싸움도 볼만할 것이다. 공화당은 최근 4차례 선거에서 90% 이상의 표 응집력을 보여주었다. 민주당 역시 오바마에게 당원표 93%가 쏠리는 결집력을 발휘했다. 최근 조사에선 힐러리 87%, 트럼프 72%로 민주당의 표 결속력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히스패닉, 흑인 등 소수인종의 표심이 중요하다. 흑인의 70%, 히스패닉의 82%가 트럼프에게 비호감을 갖고 있다. 이를 상쇄하려면 약 65%의 백인표를 얻어야 한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은 66%, 2012년 밋 롬니는 59%를 받았다. 백인 유권자 비율이 2000년 78%에서 2016년 69%로 꾸준히 하락하는 상황에서 65% 이상 백인표를 얻긴 쉽지 않다. 과연 막말의 대가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