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트럼프케어’가 뭐길래

[MT 시평]‘트럼프케어’가 뭐길래

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7.08.01 04:01

건강보험 개혁을 둘러싸고 워싱턴이 시끌시끌하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2010년 도입된 건강보험개혁법 ‘오바마케어’를 폐기, 대체하는 ‘트럼프케어’(Trumpcare)를 통과시키려 하지만 여당 내 이견과 야당 및 각계각층의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7년간 오바마케어를 ‘실패’로 규정하고 전면 폐지와 대체 입법을 역설했다. 개인과 기업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하고 과도한 재정부담을 안겨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케어는 시행 이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2000만명 이상이 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보험 미가입 비율이 2013년 13.3%에서 2015년 9.1%, 2016년 상반기 8.6%로 떨어졌다. 저소득층과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이 큰 혜택을 입었다. 특히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가 31개주에서 확대되어 네바다주에서만 21만명이 추가로 혜택을 입게 되었다. 의료비 지출도 지난 5년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대체 법안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확대된 메디케이드 지원을 2024년까지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둘째로 오바마케어와 달리 의료보험 의무가입 조항과 과징금제도를 폐지한다. 셋째로 보조금 지급 한도를 빈곤선 400%에서 350%로 축소한다. 넷째로 젊은층 대비 최대 3배가 되는 노인층 보험요율을 5배까지 확대한다. 다섯째로 재원조달을 위해 도입한 투자소득과 급여에 대한 증세를 폐기한다. 중·저소득층의 보험부담을 늘려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가 이루어지도록 고치는 것이 공화당의 기본 구상이다.

하원은 지난 5월 우여곡절 끝에 미국건강보험법(AHCA)을 통과시켰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하원 안이 시행되면 2026년까지 미보험자가 2300만명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맥코널은 6월 상원안을 발표했는데 존 케이식, 브리언 샌도벌 등 공화당 주지사와 수전 콜린스, 딘 헬러 공화당 상원의원의 반대에 부딪쳐 수정안을 내놓았다. 당초 폐지하려던 부유층 과세조항을 유지하고 테드 크루즈, 마크 리 등 보수성향 의원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했다. 앞으로 10년간 마약퇴치 예산을 450억달러 반영해 마약중독자가 많은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특히 크루즈의 제안을 수용해 오바마케어가 규정하는 보험 상품 외에 저렴한 보험 상품 판매도 허용키로 하였다. 그러나 여러 의원이 반대의사를 표명해 일단 오바마케어 폐기법안만이라도 통과시키려는 계획이지만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케어 입법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형편이다. 워싱턴포스트·A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취임한 지 6개월 된 트럼프의 지지율은 36%에 불과하다. 인기가 없어 입법을 추동할 동력을 현저히 상실한 상태다. 무엇보다도 2000만명 이상이 의료보험을 잃고 메디케이드 지원이 줄어든다는 점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셀리 무어 캐피토 의원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려고 워싱턴에 온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은 트럼프케어가 혼란을 초래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여론도 상당히 비판적이다. 에즈라 클라인은 트럼프케어가 고전하는 것은 오바마케어가 잘 작동한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갤스턴은 선거운동과 국정운영의 갭을 줄이지 못한다며 공화당의 정치적 무능력을 비판했다. 특히 크루즈가 내놓은 저가 보험상품은 ‘쓰레기보험’으로 보험시장을 이원화하고 비상브레이크나 에어백 없는 차를 사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의료협회 등 유관단체가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도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공청회 한번 없이 막후에서 전격 처리하려는 공화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대단하다. 노인층이나 저소득층의 보험혜택을 축소해 부유층에게 감세혜택을 주려 한다는 비판이 가장 뼈아프다. 과연 “오바마케어는 재앙”이라며 폐지를 부르짖는 트럼프의 정치적 승부수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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