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이용해 본 국민이라면 병원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 다시 같은 검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종전 병원의 진료기록, 검사기록을 다른 병원으로 이전할 수 있다면 비용적, 시간적 측면에서 매우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환자 본인이 직접 해당 병원에 진료기록을 요청해 하드카피를 받거나 USB에 다운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전자적 형태의 파일은 호환성에 문제가 있어 다른 병원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미국은 2010년부터 블루버튼 이니셔티브라는 국가적 프로그램을 통하여 환자가 자신의 건강정보를 열람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는 현재의 투약상황, 의약 치료정보, 실험실 테스트 결과, 건강보험 정보 등을 의료기관, 실험실, 약국, 건강보험 회사 등으로부터 전자적인 형태로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올해 5월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정보주체가 정보처리자에게 제공한 본인에 관련된 개인정보를 기계판독이 가능한 형식으로 수령할 권리가 있으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정보주체는 해당 개인정보를 한 정보처리자로부터 다른 정보처리자로 직접 이전하게 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소위 개인정보이동권(Right to data portability)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개인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데이터의 활용을 촉진시킬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행 한국의 의료법 제21조에 따르면 환자 또는 그가 동의한 배우자・직계가족이 요청하여 병원에 보관 중인 진료기록을 열람하고 그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되어 있을 뿐이다. 의료정보를 디지털 파일로 이전받거나 제3의 의료기관에 직접 전송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한국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6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데이터의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는 개인이 주체가 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스스로 다운로드 받거나 개인이 이관하고 싶은 다른 기업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K-My data라는 프로그램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특정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해당 개인의 동의하에 다른 기업에게 제공하여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활용되도록 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이동권은 개인정보의 활용과 자기결정권 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지만 이의 본격적 도입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개정과 함께 개인정보이동을 위한 비용의 부담문제, 보안의 문제, 데이터의 표준화 등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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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보는 그것이 병원에 있다고 해서 병원이나 의사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의료정보는 환자의 동의하에 병원에 제공된 것이며, 그것의 수집, 이용, 제공, 위탁 등 처리권한은 환자 본인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료정보는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광범위한 공익적, 산업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의료정보이동권의 보장외에도 비식별화된 의료정보의 이용, 유전자 데이터, 진료기록, 라이프로그(생활습관 데이터)의 3가지 개인건강기록의 빅데이터 분석이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