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광고업계에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스타가 등장했는데 한 금융상품 광고에서 현란한 춤동작을 선보이면서 관심을 끈 이후 자동차 광고, 호텔 홍보 등으로 영역을 급속도로 넓혀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광고수익이 이미 10억원 이상이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5만명 넘는 등 그야말로 광고업계의 유망주(rising star)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로지'라는 이름의 22세 여성 연예인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간이다.
가상인간을 만들어 시장에 진입시키는 사업(business)은 지극히 자본주의적 계산의 결과물인데 소비자들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얼굴과 몸매에 대한 빅데이터를 AI(인공지능) 등으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결과치를 도출한 다음 적당한 스토리와 배경을 덧입혀 '광고모델'로 탄생시킨 것이다. 이런 시도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아담'이라는 이름의 남성 사이버가수가 1998년에 등장해 20만장의 음반을 판매하고 예능과 TV 광고 등에서 활동했으며 같은 해 '류시아'라는 여성 사이버가수도 등장해 앨범발매와 의류업체 광고에 진출해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처럼 광고나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가상인간을 시장에 진출시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진짜 인간'보다 큰 상업적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특징을 고루 가진 모델 또는 연예인 지망생을 현실에서 어렵게 발굴해 공을 들여 키워내는 수고를 하는 대신 자본과 기술을 투입, 쉽게 만들어낼 수 있고 가장 큰 위험(risk)요인인 스캔들 등의 사생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0%며 수익의 몫을 요구하거나 소속사를 바꾸는 등의 일도 없다. 또한 광고 등 영업활동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으며 아프거나 늙지 않아 이론적으로는 시장이 원하기만 하면 영원히 활동할 수 있다. 기업에 이보다 더 좋은 사업모델이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불리는 젊은 소비자들이 가상인간에게 느끼는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전혀 없어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가상인간을 방송 등에서 접할 것 같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가상인간 연예인들끼리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노래실력과 댄스실력을 겨루고 자신이 사는 사이버 집과 사이버 애완동물을 소개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겠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는 이미 삶의 많은 부분을 가상인간과 공유하면서 살고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젊은 여성은 언제나 차분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아서 안내해주고 ARS(자동응답시스템) 상담전화를 걸면 한참 동안 젊은 남성의 목소리에 따라 버튼을 이것저것 누르게 된다. 수천 년 전 나비꿈을 꾸면서 "인간인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이 인간인 나로 변해 있는 것인지"를 자문하던 장자(莊子)만큼이나 헷갈리는 세상이다. 다만 이러한 가상인간의 뒤에 가상인간을 실제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진짜 인간들'을 고용한 산업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