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위기상황이지만 과한 '내년 예산안'

[MT시평]위기상황이지만 과한 '내년 예산안'

김승욱 기자
2021.09.03 02:05
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
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

정부의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총지출은 60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3% 증가했다. 총수입은 548조8000억원이며,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77조6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키로 했다. 이로써 국가채무가 1068조원을 넘어 처음으로 GDP의 절반 이상 차지했다.

대부분 언론은 슈퍼예산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왜냐하면 최근 국가부채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143조2000억원) 이명박정부(180조8000억원) 박근혜정부(170조4000억원)와 비교할 때 문재인정부의 국가부채 증가액 407조원은 역대 최대규모다.

그런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위기가 계속되므로 예산안의 총지출이 부족하다면서 국회는 원점에서 재검토해 전향적으로 예산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내년 총지출 예산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필자는 위기상황이지만 국가부채를 늘리는 데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위기는 항상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석유파동, 정치적 위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위기 중에도 국가부채를 40%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의 위기가 이전보다 더 심한 것은 아니다.

둘째,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우리 국가부채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외국자본이 한국을 탈출하기 때문에 위험해진다. OECD 국가 중 달러화, 엔화, 유로화 사용국을 제외하면 한국의 국가부채 비중은 나머지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셋째, 국가부채의 적정선을 고려하려면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공기업부채나 연금충당부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공기업부채가 OECD국가 중 가장 많다. 이를 합치면 2023년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넷째, 국가부채 증가율이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노무현(7.0%) 이명박(5.8%) 박근혜(3.4%) 세 정부에 비해 현 정부의 부채증가율(14.2%)은 너무 빠르다.

물론 국가로서 역할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번 예산안에 군대 화장실 30%에 비데를 설치하는 예산 37억원을 배정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비대가 있는 화장실은 단 한 곳도 못 봤다. 병영 화장실이 그렇게 급한가? 대부분 서류를 인터넷으로 뗄 수 있는 데도 주민센터 직원은 줄지 않았다. 서울 이촌동 주민센터에 가보니 14명의 직원에 민원인은 2명 밖에 없었는데 한참을 기다렸다. 맨 뒤의 공무원은 서서 신문을 보고 있고 그 옆의 사람은 탕비실에서 직원 둘과 잡담하고, 출입구에도 한 명이 앉아 있는데 정작 창구에는 직원이 한 명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세금으로 일자리를 105만개 늘리는 예산을 편성했다.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도록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내년에도 역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것이다. 또 내년 국가부채 이자도 약 25조원에 달할 것이다. 국가부채는 결국 빚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것이다. 내년에 치르는 대선으로 인해 야당 후보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일 것 같지 않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이 정부 예산안을 줄이지 않을 것 같아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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